“알리바바와 구글의 힘은 데이터에서 나옵니다.”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 회장(비투엔 대표·사진)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데이터 패권경쟁에서 앞서가야 한다”며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조 회장은 지난해 1월 열린 한국데이터산업협회 창립총회에서 초대회장에 선임됐다. 3년간의 시도 끝에 조 회장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협회 구성에 성공했다. 2018년 8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데이터 경제를 선언한 게 계기가 됐다. 240개 회원사가 활동하고 있는 협회는 데이터산업 발전을 위한 대정부 정책제언 등 데이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 회장 취임 후 첫 과제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외치며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국회의원들에게 끊임없이 다가가 설득하다 보니 저를 피하기도 하고, 보좌관들이 전화를 거절하기도 하더군요.” 힘겹던 기억을 떠올리던 그는 “설득했다고 생각한 국회의원이 도돌이표처럼 제자리로 돌아가길 반복할 때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데이터3법 통과가 진통을 겪은 건 개인정보 유출 등의 이슈 때문이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데이터 패권경쟁의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이 들어 멈출 수가 없었다. 데이터3법 개정안은 올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마침내 통과했다. “7개월간의 고생이 3분50초 만에 끝나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론 안심되고 한편으론 허탈해서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산고를 끝낸 조 회장은 최근 정보기술(IT)업계 이슈인 선급금보증보험제도 개선을 외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슈가 들끓었지만 정작 본인이 경영하는 비투엔이 어느 한 해 적자를 내면서 문제점을 실감했다. 선급금보증보험제도는 건설하도급에서 비롯된 오랜 관행이다. 부도나 부실건설 등에 대비한 대응 방안이었다. 이런 관행이 IT 분야에도 적용되면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사업을 수주하고도 보증보험 한도에 걸려 사업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변칙 거래 같은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그는 “IT 분야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손해율이 매우 낮은데도 규제 장벽이 높다”며 “보증보험 한도율을 올리고 수수료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증보험 업무도 민간 시장으로 확대해 자율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산직 공무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 조 회장은 쌍용컴퓨터와 오라클 등을 거친 IT 전문가다. 2004년 비투엔을 출범시켰다. 창업 당시 그는 절대지분을 갖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친인척 참여도 철저하게 배제하기로 결심했다. “비투엔은 ‘비긴 투 엔지니어링’의 약자지만 ‘비긴 투 엔드’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뜻이죠.” 조 회장의 신념은 비투엔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창업 16년 만에 직원 수 100명, 매출 200억원을 넘겼다. 인사·복지에 대한 그의 생각은 글로벌 스텐더드를 뛰어넘는다. 직원들을 데이터 장인으로 성장하게 지원하고, 그 가족까지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성과를 공유하고 가족동반 해외여행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자녀 교육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지원한다.
조 회장은 “협회를 대표하다 보니 싸움닭이 된 느낌이 든다”며 최근 발표된 디지털 뉴딜 사업에 대한 소견도 밝혔다. “데이터를 대량으로 입력하고 임금을 주는 식의 크라우드 워커형 사업은 지양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처럼 빅데이터·인공지능 전문가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 인재를 키워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선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