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각 출범과 함께 시작된 일본의 경기호황이 '전후 최장기 호황'이라던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2018년 10월 끝난 것으로 공식 인정된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취임한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경기호황기는 71개월로 2008년 2월부터 73개월간 이어진 '이자나기 경기'에 이어 2번째로 밀리게 됐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미디어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이달 중 경제학자와 통계학자, 이코노미스트들로 구성된 경기활동지수연구회를 열어 경기호황이 정점에 도달한 시점을 판단한다. 경기활동지수연구회는 광공업생산지수 등 9개 지표를 검토해 2018년 10월을 경기호황의 정점이자 후퇴국면이 시작된 시점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2018년 10월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해 전세계 경제가 급속히 냉각되던 때다.
일본 정부가 2018년 10월을 경기호황의 정점으로 공식 인정하면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경기호황기는 71개월이 된다. 2002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73개월간 이어진 '이자나기 경기(일본 역사서 '고사기’에 나오는 신화 속 남신의 이름 이자나기에서 따온 경기호황)에 이어 2번째다. 그동안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2018년 10월로 경기호황이 끝났다고 분석한 적은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경기후퇴 국면에 진입한 시점을 확인하는 것은 처음이다.
2019년 1월 일본 내각부는 74개월째 경기호황이 이어져 이자나기 경기를 누르고 전후 최장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베 정권의 경제적 치적을 상징하는 선언이었지만 2위로 밀리면서 의미도 퇴색하게 됐다.
일본 정부는 경기호황에 '진무경기', '이자나기 경기' 등과 같이 이름을 붙여왔지만 이번 경기호황은 정식명칭이 없다. 하지만 아베 정권 출범과 함께 시작된 호황기라는 점 때문에 '아베노믹스 경기'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이름까지 합쳐 '아베구로믹스 경기'로 부르자는 의견이 있었다.
2위로 밀린 아베노믹스 경기는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미적지근한 경기호황이기도 했다. 이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1%, 경기활동지수의 상승폭은 12.7포인트였다. 경제성장률과 경기활동지수 상승폭이 1.6%, 21포인트였던 이자나기경기를 밑돌았다. 기업이 내부유보금을 쌓는데 치중하고 임금인상에는 소극적이어서 호황의 혜택이 가계 부문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