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그린 뉴딜’로 2025년까지 국비 42조7000억원 투입 및 일자리 65만9000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에 24조3000억원의 국비가 배정돼 있다.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린 뉴딜의 핵심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인데, 올해 12.7기가와트(GW)에서 2025년 42.7GW로 5년 만에 약 3.4배 키운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왔으며, 국민은 전기요금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지급해 왔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5년 37테라와트시(TWh)에서 2018년 53TWh로, 발전량 비중은 6.6%에서 8.9%로 늘었다.
하지만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기업체 수는 2015년 472개에서 2018년 385개로 18.4%, 매출은 11조1709억원에서 9조9671억원으로 10.8%, 고용인원은 1만5964명에서 1만3885명으로 13.0% 줄었다. 풍력의 고용인원만 보면 29.2%나 감소했다. 태양광 모듈의 국산화율은 2014년 82.9%에서 2016년 72.7%, 2018년 9월 66.6%까지 떨어졌다.
또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투입산출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총투입 대비 임금 비중은 2018년 5.4%로 화력발전의 6.8%, 원자력의 6.9%보다 낮다. 부가가치율은 2018년 16.8%로 화력발전의 27.2%, 원자력의 41.0%보다 낮으며 2015년의 59.5%에서 크게 하락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투자가 늘고 이로 인해 국민의 부담도 늘었는데,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고용 및 부가가치는 다른 부문에 비해 시원찮은 것이다. 우리의 태양광 기술 경쟁력은 우수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부족하며, 풍력 및 연료전지의 기술력은 아직 부족하기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투자액의 일부가 태양광은 중국으로, 풍력은 유럽으로, 연료전지는 미국으로 유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그린’이 중요하지 ‘뉴딜’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창출을 의미하는 뉴딜이 정말로 중요하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의 보급 속도가 아니라 진정한 그린 뉴딜 달성을 위한 체계적 전략의 마련이다. 체계적 전략이 없는 그린 뉴딜은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그린만 얻고 뉴딜은 놓치는 ‘죽 쒀서 개 주는 일’ 또는 ‘앙꼬 없는 찐빵’이 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강국이었지만 보조금을 통한 보급 확대를 서두르다가 자국 내 태양광산업 기반이 어려워진 일부 유럽 국가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도 태양광산업 가치사슬 전 분야(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셀, 모듈)에서 중국산으로의 대체가 진행 중이기에,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태양광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의 지리적 강점을 잘 살려서 해상풍력만은 반드시 국산화를 기반으로 보급 확대를 이루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현재 125㎿에 불과한 국내 해상풍력이 2030년까지 거의 100배에 달하는 12GW로 늘어나는 것은 분명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이전을 전제로 KTX를 들여와 우리 기술로 KTX산천을 만들었던 원팀 전략(정부-공기업 코레일-민간기업 제작사)을 해상풍력에도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원팀 전략(정부-공기업 한전-민간기업 두산중공업)으로 한국형 석탄발전 및 원자력발전 국산화에 성공했던 저력도 갖고 있다. 이 역량이 해상풍력으로 순조롭게 전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발적인 민간 주도, 지방자치단체 주도, 소규모 기업 방식으로는 해상풍력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 정부, 한전 같은 공기업, 해상풍력 터빈 제작사의 원팀으로 국산 장비 사용 의무화, 국산 터빈 대형화 유도, 단지별 순차적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또 해상풍력 총사업비의 40%에 달하는 유지보수 분야도 전문인력 양성 및 전문회사 설립으로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그린 뉴딜은 정말로 그린만이 아닌 뉴딜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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