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임상시험 중인 후보물질에도 입도선매 계약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 정부는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6억 회 접종분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19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간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후보물질은 이달 말께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백신을 허가하기도 전에 제약사에 돈부터 주기로 했다는 뜻이다. 화이자 등은 임상 3상 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연내 1억 회분 백신을 제조하고, 내년 중 추가로 13억 회분을 더 생산할 계획이다. 미 정부는 우선 백신 1억 회분을 받은 뒤 이후 5억 회분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항체 생성을 위해선 백신을 1인당 2회 투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지난 21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계약해 코로나19 백신 3000만 회분을 미리 확보했다. 프랑스 제약사 발네바와는 백신 총 1억 회분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에도 각국이 앞다퉈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오는 9월부터 백신을 연간 20억 회분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이 중 3억 회분은 미국이 가져간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합동으로 총 4억 회분을 계약했다. 영국은 1억 회분 구입권을 확보했다. 브라질과 일본 역시 백신이 나오기도 전에 계약을 체결했다.
치료제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지난 1일 길리어드와 렘데시비르 50만 병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달 생산량 전부와 8~9월 총생산분의 90% 등 석 달치 생산량을 싹쓸이했다. 나흘 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EU집행위원회는 렘데시비르에 대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조건부 판매를 승인하고 길리어드와 치료제 구입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제약사들의 공급 여력이 한정돼 있다 보니 미국과 유럽 각국이 신규 백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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