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근무는 일반적인 근무형태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기업들이 보안과 원격근무 인프라를 보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엥거스 해거티 델 테크놀로지스 인터내셔널 마켓 총괄사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인터뷰에서 "각 직원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솔루션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분석, 스토리지 등을 아우르는 정보기술(IT) 종합솔루션 업체다. 대표적인 PC 사업자였지만 2016년 세계 1위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를 합병하면서 데이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상화 솔루션 전문 VM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버투스트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피보탈 등을 품고 있다.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98%가 델 테크놀로지스의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해거티 사장은 델 테크놀로지스에서 북미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전반의 영업을 책임지고 있다. 170여개 국가, 100만개 이상 고객사를 관할한다. 그는 지난 14일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 가상 출장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화상으로 각국 법인과 사업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한국이 첫번째 출장지다. "한국 고객사들과 화상으로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하기도 하고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상 환경이지만 모든 활동을 한국에서 실제로 하는 것처럼 진행하고 있죠."
그는 한국을 첫 출장지로 선정한 이유를 "델 테크놀로지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2004년부터 한국 스토리지 시장 점유율 35%를 웃돌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시장이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솔루션으로 멀티클라우드, 가상화 환경을 구축한 NH농협은행, 메트라이프 생명 등은 다른 나라에 우수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스토리지, 서버, 멀티클라우드 등 데이터 인프라 전반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서비스에 대한 고객, 파트너사들의 피드백도 적극적이어서 제품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델 테크놀로지스 역시 코로나19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있다는 것이 IT업계의 평가다. 델은 지난 1분기 전세계 PC 시장에서 유일하게 전년대비 판매대수를 늘렸다. 서버 매출, 영업이익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해거티 사장은 '혁신, 공급망 관리, 신용'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3대 키워드로 꼽았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올 한해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면서 더 빠르고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시장이 위축됐지만 델 테크놀로지스는 올 상반기 굵직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며 "가상화 환경에 적합한 '파워스토어' 스토리지, 여러곳에 데이터가 분산된 엣지 환경에서 비정형 데이터를 관리하는 '파워스케일' 등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온 성과"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델 테크놀로지스는 원활하게 제품을 공급해 고객사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거티 사장은 핵심 비결로 "탄탄한 공급망 관리"를 꼽았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2015년부터 물류체계 유연화에 주력했다. 1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업이 이루어지는만큼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물류와 생산라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국가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속도, 영향력이 달랐죠. 어떤 나라는 노트북 수요가 갑자기 커졌고 어떤 곳에서는 재택근무 관련 솔루션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셧다운된 상황에서도 제품 공급에 한번도 차질을 빚지 않았던 것은 공급망 관리 노하우 덕분이었죠."
고객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해거티 사장은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내는 것은 결국 '신용'"이라며 "전보다 이자율을 낮추고 최대 180일까지 지불을 연기해주는 '유연 구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수가 됐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적은 초기 비용으로도 서버, PC, 스토리지, 네트워킹 등 델 테크놀로지스의 모든 솔루션을 이용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데이터 보호 솔루션, 멀티클라우드, 스토리지 등을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내는 '사용량 기반 지불 방식'도 도입했다.
해거티 사장은 "이제 '어디서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느냐'에 맞춰 근무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가상, 대면 회의 등이 혼재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근무가 '뉴노멀'이 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IT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객사들이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업무환경을 구축하도록 보안을 기본으로 탑재한 솔루션 등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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