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주스가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만큼 치아 부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과 서울대 치의대 등의 자문을 받아 이같은 연구성과를 내 국제학술지 `생물의학 소재의 기계적 거동 저널(Journal of the Mechanical Behavior of Biomedical Materials)'에 실었다고 2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콜라, 사이다, 오렌지 주스가 치아 부식과 연성(물러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원자현미경(AFM)으로 관측했다. 원자현미경은 나노미터(㎚·100만분의 1 밀리미터)크기 탐침과 시료 표면 사이 존재하는 원자간 힘(Atomic Force)을 이용해 시료에 대한 3차원 영상을 얻는 첨단 장비다.
원자현미경은 초미세 시료의 부식도와 탄성계수를 측정할 수 있다. 부식도는 통상 표면 돌기의 골과 마루 사이 거리로 표현하는데, 이 거리가 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경우엔 원자현미경을 쓰지 않으면 미세한 부식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탄성계수는 물러짐 정도를 대변하는 지표다. 탄성계수가 높을수록 일정 크기의 변이를 일으키는 데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탄성계수가 줄면 물러진 것으로 본다.
연구팀은 치아 법랑질(에나멜)이 세 음료에 노출됐을 때 노출 시간에 따라 법랑질 표면의 변화 과정을 분석했다. 콜라는 코카콜라, 사이다는 스프라이트, 오렌지 주스는 미닛메이드 브랜드를 사용했다.
치아를 이들 음료에 노출시켰을 때 초기 5분간 부식도는 콜라가 75㎚, 사이다와 오렌지 주스가 각각 55㎚와 50㎚로 확인됐다. 사이다와 오렌지 주스간 부식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흠집이 난 치아의 경우 정상 치아보다 부식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도 발견됐다.
치아 물러짐은 세 음료가 동일했다. 세 음료에 치아를 10분 노출시켜보니 탄성계수가 일제히 노출 전 100 기가파스칼(GPa)에서 10 기가파스칼로 곤두박질쳤다. 10분 후 치아가 10배 이상 물러졌다는 뜻이다.
홍 교수는 "세 음료를 실제 마실 때 부식 정도는 구강 환경이나 침 등에 따라 이번 연구결과와 다를 수 있다"면서 "장시간 이들 음료에 치아가 노출되면 부식과 물러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쳐 2017년 KAIST에 부임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