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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아닌 벌금"…부동산 조세저항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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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고통받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서울 신도림역 앞에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린 데 이어 18일엔 종로에서 규탄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이 “부동산 세금으로 국민을 죽일 셈이냐”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해 본격적인 조세저항 운동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금폭탄’에 절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부동산 실정(失政) 규탄 운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오후 3시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앞에는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뿐 아니라 1주택자와 신혼부부 등까지 모여 두 시간가량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집회에 참가한 인원을 500여 명으로 추산했다.

집회를 주도한 곳은 ‘6·17 규제 소급 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 ‘7·10 취득세 소급 적용 피해자 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조세저항 국민운동’ 등이다. 사회를 맡은 조세저항 국민운동 운영진 이형오 씨는 “다주택자와 1주택자, 무주택자 모두 무분별한 규제의 피해자가 됐다”며 “우리가 내야 하는 것은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 보유자에 대한 투기꾼 취급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까지도 세금 폭탄 △대출 규제 확대 및 소급 적용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집주인 권리 무시 등이다.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왜 국민이 고통받아야 하는가”라는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이다.

이번 집회 주최 측은 정부 부동산 정책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따지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실검(실시간 검색) 챌린지’도 이어가기로 했다. 실검 챌린지는 정해진 시간에 특정 문구를 집중 검색해 높은 검색어 순위에 올리는 집단행동이다. 17일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엔 ‘3040 문재인에 속았다’가 올랐다.
집주인은 稅 급증, 세입자는 전·월세 비상…"국민 모두가 피해자"

지난 18일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앞.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500여 명의 시민이 자신들의 신발을 일제히 공중으로 집어던졌다. 16일 국회에서 한 50대 남성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며 “경기를 망가뜨리면서 반성도 없고 국민을 치욕스럽게 만든다”고 한 것을 따라한 퍼포먼스였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목적은 세금 뜯기, 주특기는 소급입법” “국민이 현금 지급기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1주택자도 세금 폭탄”
부동산 정책에 대한 항의가 시위와 집회 등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불만이 있어도 조직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6·17 대책’을 규탄하는 집회가 4일 개최된 데 이어 ‘7·10 대책’ 이후 8일 만에 또다시 서울 한복판에서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에 참가한 시민은 500여 명으로 4일 집회 때보다 다섯 배가량 늘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을 향한 규탄 내용은 규제에 따른 피해와 더불어 세금 폭탄에 대한 분노가 포함돼 있다. 18일 집회에서 1주택자라는 한 시민은 “정부 부동산 대책은 1주택자도 보유 주택이 비싸면 나쁜 사람 취급한다”며 “현 정부 들어 세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주택자는 보호 대상이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상당수 대책이 1주택자의 세 부담도 가중시켰다는 얘기다.

정부가 작년부터 본격화한 ‘공시가격 인상 정책’은 1주택자에게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이 정책에 따라 서울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 14.0%, 올해 14.8% 뛰었다. 공시가격이 뛰니 세금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달 서울시가 부과한 공동주택 재산세는 1조2748억원으로, 작년보다 22.2%(2312억원) 급증했다. 종부세 세율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작년 1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종부세율을 0.5~2.0%에서 0.5~2.7%로 끌어올렸다. 내년엔 0.6~3.0%까지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부동산 대책 전면 수정해야”
시민들은 임대인 규제, 대출 규제, 취득세 인상 등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분노하고 있다. 작년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는 한 시민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해놓고 이제 와서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차인의 계약 갱신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임대차 3법’을 둘러싼 비판도 많았다. 한 집회 참가자는 “세입자만 국민이고 임대인은 국민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대차 3법으로 세입자가 더 피해를 볼 것이란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한 시민은 “전세, 월세 가리지 않고 임대 공급 물량이 씨가 마르고 있다”며 “임대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대료 급등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둘째주 0.06% 올랐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매주 증가폭이 커지더니 이달 둘째주엔 0.13% 상승했다. 올 1월 첫째주(0.15%)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 강남에선 1~2주 사이 전셋값이 수억원 뛴 사례도 속출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10억3000만원에 전세가 나갔지만 현재 호가가 11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정부의 집주인 옥죄기 정책에 따른 불똥이 세입자에게 튀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국내 최대 온라인 카페인 ‘부동산스터디’엔 ‘세금 낼 바에 이혼하겠다’ ‘조세저항 국민운동 지지한다’ 등 징벌적 보유세 정책에 대한 비판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시장 경제를 인정하지 않고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뒤집어씌운다”는 내용이 담긴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란 글엔 지난주 카페에서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다수 시민이 지난 3년간 반복된 부동산 규제를 조용히 참아왔지만 최근 경제 위기에도 추가 규제가 쏟아지자 불만이 폭발하는 모습”이라며 “부동산 세금 인상 속도를 늦추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등 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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