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생산업체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파는 매장관리자들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 모씨 등 30여명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성물산은 과거 자사의 정규직 직원들을 백화점 내 매장에 파견해 자체 생산한 의류제품 등을 판매하게 했지만, 1999년부터는 매장관리자들과 따로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매장관리 및 상품판매 업무를 맡겼다. 매출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의 위탁판매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였다.
원고들이 퇴직한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원고들은 삼성물산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했음에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은 최씨 등은 자사의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된 사업자라며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다.
1·2심 모두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삼성물산이 원고들의 구체적인 출퇴근 시간을 통제하거나 휴게시간을 정하지 않았고, 원고들의 출근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근태관리를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최씨 등에게 매출실적을 높이라고 지시하거나 상품의 진열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긴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의 매출실적이 삼성물산의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상 실적 제고 지시만으로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상품이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과 같은 매장관리자 중에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동등한 사업자의 지위에서 공정거래분쟁조정을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며 “원고들을 비롯한 매장관리자들 스스로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삼성물산에 근로를 제공했다는 인식은 갖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