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사이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전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용한지 6일 만이다.
1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이날 이 전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협박성 취재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달 일찌감치 이 전 기자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대검찰청이 만류해 실패했다. 이후 윤 총장이 검사와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이번 수사의 적절성 등을 따져보려 하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공개항명’ 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윤 총장과 대검은 이 전 기자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다소 무리하다고 본다. 하지만 추 장관이 이번 사건의 수사지휘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지휘권을 발동해, 이 지검장이 이끄는 현 수사팀에 수사 전권이 넘어간 상태다.
이 전 기자의 구속 여부에 따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리더십에도 변화가 따를 전망이다. 이 전 기자가 구속된다면 윤 총장은 구속까지 될 사안임에도 본인의 측근(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이라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현 수사팀과 추 장관이 무리한 수사를 밀고 나간다는 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한편 오는 2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인데도 검찰이 이날 이 전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데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의 적절성 등을 판단하는 절차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기소는 기본으로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수사팀이 이를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수사심의위 개최 전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계속되면서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의 안건은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라며 “최종 처분 내용을 심의하고 결정하기 전까지 수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앞으로 진행될 수사심의위 일정에는 성실하게 참여하고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