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1899)는 50분짜리 대곡이다. 교향곡이 아니라 교향시인데, ‘영웅’ ‘적’ ‘반려자’ ‘전투’ ‘업적’ ‘은퇴와 완성’이라는 표제 여섯 장면을 단악장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슈트라우스의 자전적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고, 그 때문에 스스로 영웅시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기도 한다. 그가 바그너의 계승자로서 독일 후기낭만주의를 이끈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만 만년에는 나치에 협조 내지 방관했다는 오점도 남기지 않았는가. 특히 일본을 좋아해서 안익태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 혐의도 있다.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의 영웅 두 사람이 하루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 업적과 과오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누구는 명예스러웠고 다른 분은 수치스러웠다고 단정하는 것은 또 하나의 이분법적인 진영논리일 수 있다. 업적과 과오 모두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영웅의 불완전한 속성을 성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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