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증권가를 달구고 있는 공모주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바이오, 2차전지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쏠리면서 나머지 전통 제조업종과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등은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지난 8~9일 동시에 수요예측을 한 더네이처홀딩스와 제놀루션이 희비가 극명히 엇갈린 대표적인 사례다. 아웃도어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으로 유명한 패션업체 더네이처홀딩스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9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의 열기를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체외진단업체 제놀루션은 1162 대 1로 흥행에 성공했다.
업종과 공모가가 성패를 갈랐다는 평가다. 제놀루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리보핵산(RNA) 추출 장비와 시약을 내세워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8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가가 낮게 책정된 것도 흥행 요인이다. 더네이처홀딩스의 공모가는 4만6000원, 제놀루션은 1만4000원에 결정됐다. 제놀루션은 코넥스시장에서 3만6000원대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 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진단업체 중에서도 코로나19로 매출이 가시화하는 회사에 투자금이 더 몰리는 양상이다. 유전체분석업체인 소마젠은 코로나19 진단 서비스가 수요예측일 직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경쟁률이 69 대 1에 그쳤다. 암 진단업체 젠큐릭스도 경쟁률이 77 대 1에 머물렀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진단업체가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 회사는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25%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은행(IB)업계는 SK바이오팜이 촉발한 공모주 열기가 ‘가성비’ 좋은 공모주에 집중하는 옥석 가리기 국면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2차전지 관련 업체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최근 수요예측을 한 티에스아이(1284 대 1) 에이프로(1091 대 1) 등은 모두 10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솔트룩스(528 대 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안정적인 수익률로 주목받았던 리츠와 스팩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경쟁률이 2.6 대 1에 불과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증시 조정에 대비해 똘똘한 공모주에 올인하려는 투자자가 늘었다”며 “인기 업종만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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