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A미용실에는 스마트 미러 ‘미라보’(상품명)가 설치돼 있다. 단순한 거울처럼 보이지만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고객이 머리를 손질한 후 모습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두피 상태를 정밀 진단받는 기능도 있다. 엄마가 머리하는 것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뽀로로’ 등 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가능하고, 뷰티 상품 광고도 뜬다.
이 같은 미용실용 스마트 미러는 디지털 사이니지(전자광고판) 제조사인 엘리비젼의 제품이다. 2019년 출시한 미라보는 국내 6개 프랜차이즈 미용실에 입점한 데 이어 가맹 미용실을 늘리고 있다. 안덕근 엘리비젼 사장은 “미용실 운영자는 태블릿PC 등과 연동해 고객 관리와 예약 확인 등을 할 수 있고, 광고주는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올해 말까지 약 500대(누적 기준)의 미라보가 개별 미용실에 입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문화’ 확산에 매출 증가
엘리비젼은 스마트 미러뿐 아니라 상업용 무인 결제 키오스크, 멀티비전 등 200여 종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롯데그룹 일부 계열사를 비롯해 방송사, 금융회사, 공항, 대학 및 관공서 등이 주요 고객사다. 골프 관련 정보기술(IT) 업체와 협력해 800여 개 골프장에 스코어 카드 출력 키오스크도 납품했다.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무인 주문결제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더 늘고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한 기업과 ‘농약 정보 스마트알리미’ 키오스크 수 백대를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안 대표는 “농약제품은 용기에 표시된 글자가 작고 전문 내용이 많아 농업인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려워 바코드를 대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키오스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제조사는 엘리비젼 외에도 국내에 여럿 있다. 엘리비젼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요 대기업과 관공서를 고객으로 확보한 것은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생산’에 주력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안 대표는 “고객사에 맞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내부에서 모두 설계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올라 있는 엘리비젼은 내년께 매출을 200억원까지 키운 뒤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머리하러 갔다가 ‘미라보’ 착안”
1990년대 인터넷 PC방 프랜차이즈 사업 등을 하던 안 대표는 디지털 사이니지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2004년 엘리비젼을 창업했다. 미라보 등 대부분 히트상품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안 대표는 “파마하러 미용실에 갔다가 관리받는 시간에 지루함을 느끼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자동 높이 조절 키오스크’도 그의 발상에서 시작됐다. 사용자의 키에 따라 높이가 조절되는 이 키오스크는 국회도서관, 박물관 등 공공기관에 주로 공급되고 있다. 그는 “장애인이나 어린이가 성인 높이에 맞춘 키오스크를 쓰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개발했고 특허까지 마쳤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