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지난 2분기 경제가 40% 넘게 쪼그라들었다.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2분기 성적을 처음 내놓은 싱가포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봉쇄 조치가 각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상공부는 14일 지난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전분기 대비 41.2%(계절 조정 연율) 축소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분기별 낙폭으로 역대 최대다.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7.4%)를 크게 밑돌았다. 작년 2분기 대비로는 12.6% 하락했다.
싱가포르의 GDP는 1분기에 -3.3% 감소한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경제학자들은 통상 GDP가 2개 분기 연달아 줄어들면 경기 침체로 분류한다. 싱가포르가 경기 침체를 겪는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상공부는 2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서킷 브레이커(봉쇄)' 조치를 재개한 것이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선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를 중심으로 지난 4월 말부터 보름 가까이 하루 1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또 봄방학을 마치고 정상 등교를 재개한 4월23일 직후 학교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당초 5월4일로 예정했던 봉쇄 해제를 4주 뒤인 6월1일로 연장했다. 이에 일부 필수사업장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장은 폐쇄됐고 강제 원격근무가 시행됐다. 학교도 문을 닫았다.
외국인 근로자 이탈과 사업장 폐쇄가 겹치면서 2분기 건설업 창출 부가가치는 95.6%나 급감했다. 서비스업 37.7%, 제조업은 23.1%씩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매판매 증가율은 4월 -40.5%를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는 1986년 통계 집계 이후 최악인 -52.1%로 떨어졌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글로벌 무역의 중심지인 싱가포르는 2년 가까이 이어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의 피로가 누적돼 왔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0.7%로 2018년 3.2%에서 뚝 떨어졌다.
싱가포르 상공부는 올해 GDP 성장률을 -4~-7%로 예상하고 있다. 1965년 국가 수립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올 초 -4~1%를 전망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수정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6월부터 경제 활동을 점진적으로 재개하기 시작한데다 GDP의 20%에 달하는 720억달러(약 87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 효과로 하반기 경제는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정성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각국이 다시 봉쇄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면 'W'자 형태의 경기 회복 곡선이 그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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