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으로 극단적인 상황이 이어지면 재고 면세품 통관 추가 허용을 검토하겠습니다.”
노석환 관세청장(사진)은 13일 서울 논현동 서울본부세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고 면세품을 내국인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해 관련 기업들의 숨통이 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청장은 “코로나19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위기를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세품은 원래 면세점 등 지정된 보세구역에서 해외 출국 일정이 있는 사람에게만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여행이 중단되면서 면세품 재고가 폭증했다. 면세점들은 재고품을 팔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관세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정식 수입 통관 절차를 마친 재고 면세품 을 내국인에게도 판매할 길이 열렸다.
관세청의 허가 이후 지난달부터 재고 면세품을 판매한 롯데백화점은 매장당 평균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입고 상품의 85%가 소진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은 다음달 재고 면세품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노 청장은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며 “향후에도 극단적인 상황이 있을 경우 또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청장은 1993년 행정고시 합격 후 줄곧 관세청에서 근무해 왔다. 인천본부세관장과 관세청 차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역대 세 번째 내부 출신 청장이다.
청장으로 일한 약 반년간의 경험에 대해 그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이었다”고 했다. 재고 면세품 판매 허용 외에도 마스크 불법 수출 차단, 급감한 수출입 대응, 위기에 빠진 기업 지원 등 다양한 코로나19 대응책을 내놨다.
마스크는 품귀 현상으로 수출이 제한되면서 관세청의 역할이 커졌다. 노 청장은 “보세 구역에서 통관 대기 중인 마스크의 매점매석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3월 이후에는 해외로 보내는 마스크 전량을 직접 검사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수출입 기업을 돕기 위해 1월 말부터 현재까지 24시간 통관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기업이 통관 요청을 하면 세관 직원들은 즉시 대기해 물건이 들어오는 대로 법적 요건만 확인한 뒤 바로 통관해 주는 시스템이다. 노 청장은 “세관 인력을 최대한 가동해 5개월 이상 24시간 통관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또 지난 1일부터 중소기업의 수출입 화물 검사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지속된 ‘수출 절벽’ 현상에 대해선 “중국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 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부진 원인은 국내가 아니라 수출입 상대국에 있기 때문에 상대국 경제가 살아나면 수출입이 자동으로 증가하는 점이 특징”이라며 “중국이 봉쇄를 풀면서 최근 들어 대중국 수출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의 위기설과 관련해서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봤다. 노 청장은 “한국 면세점은 시장 규모로는 글로벌 1위, 기업별로는 글로벌 2~4위권으로 세계 최대 규모지만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며 “중국이 자국 내 보세구역을 대규모로 지정하면서 국내 면세업계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면세점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입국 면세점 확대에 대해서는 “수요가 늘고 있어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관세청은 1970년 8월 3일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세관국이 청으로 승격하면서 출범했다. 다음달이면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노 청장은 “거창한 행사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국 단위 조직을 신설해 해외 직구와 역직구가 늘어나고 있는 관세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정인설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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