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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인 듯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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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게임사인 텐센트는 지난달 게임 ‘전민기적2’를 공개했다. 지난 1일에는 중국 내 판호도 얻었다. 이 게임은 중국 게임사 천마시공이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게임사인 웹젠의 인기 게임 ‘뮤 온라인2’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웹젠은 2012년에 뮤 온라인을 바탕으로 한 게임 전민기적을 중국에 유통했다. 전민기적은 웹젠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의 게임개발사 ‘킹넷’과 제휴를 맺고 제작했다.
게임업계에서는 텐센트가 제작해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도 국내 게임사의 IP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게임 개발에 활용된 IP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5월 나온 화평정영은 배틀그라운 모바일과 게임 방식, 그래픽 등이 비슷하다. 이 대가로 펍지의 모회사인 크래프톤이 로열티를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는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난 5월 글로벌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화평정영을 합쳐 전년 대비 41% 늘어난 2억2600만달러(약 269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모바일 게임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이 53%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앱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화평정영은 1분기에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였다.
여전히 통하는 ‘IP의 힘’
크래프톤과 웹젠은 중국 게임업체와의 게임 IP 계약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웹젠 관계자도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답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업체 모두 함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게임이라고 알려지면 중국 내 게임 유통이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우회 방식을 택한 것은 여전히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인기 IP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중국 게임사와 꽉 막힌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한국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중국 게임은 작년에 한국에서 2조 챙겨
한국 게임이 우회 방식으로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런 방법도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한국 신규 게임 출시를 막고 있는 사이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공세는 거세졌다. 한국의 신규 게임이 중국에 팔리지 못하는 동안 중국 신규 게임은 200개 이상 한국에 유통됐다. 지난 10일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구글 앱 장터)에서 상위 20개 중 7개가 중국산 게임이다.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올린 매출도 늘고 있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9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자국 게임산업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15억9000만달러(약 13조9601억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1.0% 증가한 규모다. 반면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액은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對)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수출액이 2017년 35억8340만달러(약 4조1470억원)에서 2018년 32억1384만달러(약 3조7193억원)로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한국 업체들의 지난해 전체 중국 수출액은 더 줄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업체들의 수출 국가 다변화에도 한계가 있다”며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이 열리면 한국 게임산업은 크게 성장할 기회를 다시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