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은 어떤 점에서는 홍콩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중국 정부가 결정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건 엄청난 계산 착오였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발생한 일들은 홍콩의 자유가 중국 공산당의 변덕에 얼마나 많이 좌우될 수 있는지를 부각시킬 뿐이다. 당국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과 가혹한 보안법 시행이 유일하게 놀라웠던 건, 그런 조치들이 왜 더 일찍 실행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제 중국을 저지할 외부 세력이 전혀 없다. 물론 과거에도 없었다.
외국 군대가 홍콩을 침공하는 건 불가능하다.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정부는 수백만 명의 홍콩 사람에게 영주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홍콩을 양도했던 1997년에 이런 조치가 이뤄졌다면 달랐겠지만, 지금은 중국 정부에 별 감흥을 주기도 어렵다.
중국 공산당의 (홍콩에 대한) 규제 강화는 외부 강압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철저한 자기 이익 추구에서 비롯됐다. 동기는 주로 경제적인 것이다. 마오이즘(마오쩌둥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중국 현실에 맞게 개조한 독자적 혁명 사상) 그늘을 떨치고 급부상한 후진적이고 가난한 국가(중국)는 외부 세계와의 연결 고리가 필요했다. 1980년대 영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홍콩에 자치권을 약속했을 때는 더욱 그랬다.
홍콩 자유항은 막 열기 시작한 중국 남부 지역과 해외 자본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해줬다. 홍콩이 도입한 영미식 법치주의와 금융 시스템은 중국이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외국인 투자를 제공했다. 중국 본토의 부패한 국가주의적 경제 모델을 감추는 역할도 했다.
이런 장점은 너무나 컸다. 공산당 지도자들이 그동안 홍콩 민주주의를 그냥 놔둬야 한다고 여겼던 배경이다. 홍콩 자치를 용인하는 행위, 시민권을 더 많이 보장하는 조치들은 세계 경제 관련 기관을 중국 본토의 바로 앞마당에 끌어들일 정도의 경제적 효용성을 갖고 있었다.
지금 시진핑 국가주석은 (정치적) 위험과 보상 간 균형이 깨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 주석의 전임자들이 내걸었던 조건만 생각한다면 시 주석의 생각은 틀리지 않는다. 중국 내 자본시장이 성장하면서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 위상이 꾸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상하이가 홍콩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별문제가 안 된다. 아직 그렇지 못한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상하이가 중국 기업들과 내외 자본을 중개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다. 얼핏 생각해 보면 답은 ‘예스’ 쪽에 가깝다.
홍콩 자유항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갈수록 줄어들 운명이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공급망에도 문제가 생겼으니 중국 내 어떤 항만이라도 ‘핵심 인프라’라고 말하긴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는 홍콩의 진짜 중요한 역할을 간과하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와 한 약속의 상징이란 점이다. 현재의 홍콩은 시 주석이 그런 약속을 쉽게 깰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이런 일은 냉엄한 현실 정치와 슈퍼 파워 경쟁 구도에서 기이하게 들릴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남중국해나 신장위구르 강제수용소에서 벌이는 일들이 명명백백하다면, 홍콩 사태에 크게 신경 쓸 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여러 행위는 수많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홍콩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조약을 준수함으로써 이득을 봤다. 공산당이 틈날 때마다 조약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더라도 결국 외부 압력을 받으면 종전 약속을 지킬 것이란 공감대도 있었다.
시 주석은 그런 신뢰를 거리낌 없이 저버린 걸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의 경제 외교는 그런 신뢰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홍콩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유럽 태도가 얼마나 냉랭해졌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은 다양한 문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 자국 기술 기업을 믿어 달라고 세계에 요청하고 있다.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도 시 주석이 홍콩에서 벌인 무책임한 일은 훨씬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 협상력이 꼭 필요한 주변국과의 분쟁 때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인도와의 국경 충돌 때 신뢰도가 낮은 국가(중국)로서는 선택할 만한 카드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과거 중국 지도자들은 자국을 번영시키는 데 홍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중국을 세계의 진지한 일원으로 만들 수 있는 홍콩의 역량을 허무하게 없애 버렸다.
원제=Beijing will miss Hong Kong now that it’s gone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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