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공직자들에 대한 부동산 매각 압력이 거세게 몰아칠 조짐이다. 최근 다주택 논란의 핵이 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역구인 청주 아파트를 판 데 이어 끝내 서울 반포 아파트도 팔기로 했다. 노 실장이 두 채를 다 팔기로 한 만큼 2주택 이상을 가진 청와대 참모들도 살 집만 남기고 팔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급 이상 다주택 공무원·국회의원을 겨냥해 “하루빨리 실거주 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헌법에 사유재산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공직자라는 이유로 ‘집을 팔라’고 강요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에 매각 압력을 받는 이들 중 일부가 반발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 상황은 정부·여당이 자초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30~40대들은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이란 신조어를 되뇌고, 알뜰히 저축한 돈에 대출을 더해 집을 사려던 이들은 6·17 대책으로 대출이 막혀 가까스로 계약한 집마저 토해내야 할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의장 등 핵심 인사들이 강남 ‘똘똘한 한 채’에 집착하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니 서민들 분노가 하늘을 찌른 것이다. 국민 절반이 부동산대책이 “효과 없을 것”(리얼미터 조사)이라고 할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그럴수록 우려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사회적 공분(公憤)을 의식해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의 매각을 강요하는 여론몰이로 정책실패의 본질을 감추고, ‘세금폭탄’ 같은 더욱 무리한 대책을 쏟아낼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그런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주택에 대해 8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해 가뜩이나 심각한 ‘매물잠김’ 현상을 더 부추길 입법안이 발의되는가 하면, 일부 여당 의원은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더욱 확실하게 때려잡아야 한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다주택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집을 파는 것은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과 더 나은 집에서 살고 싶은 꿈을 이루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정치쇼’일 뿐이다. ‘투기 탓에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집값이 올라 투기가 생긴다’는 시장의 생리를 이해하고, 실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 전환이 근본 해결책임을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줄곧 시장과 싸워온 무능한 정책책임자들을 경질하고,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결단이 필요하다. 정책실패로 돌아선 민심을 정치쇼로 돌리려고 한다면 더 큰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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