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명문 도쿄대 졸업생은 고시를 통과해 관료가 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가 바뀌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수한 인재일수록 창업을 하는 것이 도쿄대의 상식이 됐다"며 "도쿄대 출신이 설립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존재감이 커지는 추세"라고 7일 보도했다.
일본 최고 엘리트들이 안정적인 장래가 보장된 관료나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는 건 '튀어나온 정'이 살아남기 힘든 일본 관료조직과 대기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과거 도쿄대 출신들은 국가와 사회를 바꾸겠다는 뜻을 품고 관청과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관청과 대기업이 개혁을 당하는 쪽이 됐다는 것이다. 거대한 조직에 들어가기보다 스스로 회사를 세워 사회문제 해결에 정면승부를 거는 것이 도쿄대 학생들의 트렌드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인터넷 가게 평가의 신뢰성을 조사하는 스타트업 TDAI랩을 창업한 후쿠마 도모키 대표(26세·
사진 왼쪽)는 석사 1년차 때인 2016년 기업 인턴과정에 참가한 후 창업을 결심했다. "신입사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는게 싫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도쿄대 박사 과정으로 재학하면서 회사를 경영하는 후쿠마 대표는 학부 때인 2015년 전국 대학 댄스 경연대회에서 개인전, 단체전을 석권한 우승한 '끼'를 살리고 싶었다.
후쿠마 대표와 같은 도쿄대 출신 창업자들이 늘면서 일본 스타트업계에서 도쿄대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2019년 9월 현재 도쿄대 출신 스타트업 기업은 268개사로 2위인 교토대학의 1.4배다. 오사카대, 도후쿠대, 규슈대, 쓰쿠바대 등 국립대학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사립대 가운데는 게이오기주쿠대와 와세다대가 8위로 순위가 가장 높다.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스타트업으로 되돌아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쓰카모토 에이 앗텔 대표는 2010년 도쿄대 공대 석사를 마치고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관리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3년 만에 스타트업으로 전직한 후 2018년 앗텔을 설립했다.
쓰카모토 대표는 대기업을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채용한 인재가 생각한 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거나, 신입사원이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을 보면서 좌절했다"고 말했다. 그가 종업원의 자질을 분석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앗텔을 세운 배경이다. 쓰카모토 대표는 "전세계 70억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