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했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무죄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육군훈련소에 입영하라는 병무청의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나,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난 날까지 입영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여호와의 증인을 신봉해 전쟁연습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아왔고, 신앙과 양심에 따라 전쟁연습을 하는 군대에 입대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형제 두 명도 앞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복역한 바 있었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실현의 자유가 이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에게 병역을 거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종교적 양심상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이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그야말로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우리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항소심 판결은 2016년 10월 나왔다. 앞서 1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사례는 있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리는 것은 보편적인 추세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기존의 통념을 깬 이례적 판결로 주목을 받았던 이번 사건 판결은 상고심에서도 유지됐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