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얼어붙자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미국과 일본의 기업 채무가 중국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민간 기업의 회사채를 사들이며 자금조달을 돕고 있지만 경기가 급속히 냉각된 탓에 올 상반기에만 1400여 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채무 비율은 4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말 미국의 기업 채무(금융회사 제외) 규모가 처음 10조달러(약 1경1966조원)를 넘어선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GDP 대비 기업 채무 비율도 96%로 1년 만에 7%포인트 상승했다.미국과 일본의 기업 채무 규모는 14조7762억달러로 13조6092억달러인 중국의 국내총생산(2018년 기준)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자금조달을 서두르면서 채무 규모고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기업들의 경영파탄을 막기 위해 회사채를 적극 매입하는 것도 기업 채무가 늘어나는 이유다. 일본은행은 지난 4월 회사채 매입한도를 10조5000억엔(약 116조6760억원)으로 3배 이상 늘렸고, Fed는 코로나19 이후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등급 이하)으로 떨어진 '타락천사(Fallen Angel)' 채권도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 추락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중앙은행들의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무더기 신용등급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이 올 6월25일까지 신용등급을 하향한 기업은 전세계 1392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배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의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랐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프랑스 르노, 일본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중공업 등 주요국 대표기업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세계경기가 빠르게 회복된 2009년에는 하반기 신용등급 하향 사례가 크게 줄었다. 덕분에 2009년 한 해 동안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의 숫자는 총 1600여곳으로 상반기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올해는 하반기에도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이 속출할 전망이다. 사토 히카루 다이와종합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차환비용이 늘면 기업들이 채무변제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투자여력이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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