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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생명과학 논문 조작 정황 대거 발견…"사진·내용 돌려쓰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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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반 연구진이 발간한 과학 논문 120여편에서 조작·표절 정황이 발견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WSJ는 미생물학자이자 이미지 분석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비크 전 스탠포드의대 연구원을 인용해 지난 4년간 중국 저자들이 낸 생물학 논문 121편이 최소한 하나 이상의 이미지를 서로 베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 내 약 50개 도시에 있는 병원과 의과대학 연구진이 발간한 논문이다.

이들은 연구 주제나 발간 시기가 서로 다른 논문인데도 똑같은 세포 사진을 연구 근거로 쓰고, 동일한 자료 문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다른 논문에 여러번 나온 사진을 회전시키거나 일부만 잘라 쓰는 방식으로 '눈속임'을 했다.

예를 들어 논문 최소 여섯 편이 세포 이동과 관련해 똑같은 자료 사진을 썼다. 논문 한 편은 이 사진을 위암 관련 사진이라고 설명했지만 다른 하나는 후두암 관련 사진이라고 쓴 식이다. 다른 논문들은 각각 대장암, 전립선암, 폐암 등 관련 연구 결과를 설명하면서 같은 사진을 활용했다.



WSJ는 "이들 논문은 명백한 사기성 논문인데도 국제 학술지 6곳의 심사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121편 중 대부분인 113편이 유럽 의?약학 리뷰(European Review for Medical and Pharmacological Sciences)에 게재됐다. 유럽 의약학리뷰는 “각 저자들에게 연락해 자료의 진실성을 증명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크 박사는 지난 2월에도 이미지 돌려쓰기 등 조작이 의심되는 논문 400여편을 발견했다. WSJ는 이같은 ‘논문 공장’ 행태에 대해 “중국 의사나 연구자들은 커리어를 쌓거나 현금 보상을 받기 위해 논문 발간 압박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며 “작년 중국의 한 의과대학은 영향력이 큰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 무려 4만2000달러 보상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과 의료기관이 세계 생명과학계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학술지 게재를 기준으로 연구자 지원금 여부를 결정하면서 편법 경쟁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타오바오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선 구매자가 연구 주제를 선택하면 가짜 논문을 써주는 패키지 상품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현지 언론은 이같은 서비스가 4200달러(약 500만원)에서 2만8000달러(약 3360만원) 선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이들 논문이 다른 연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구글스콜라에 따르면 조작 의혹이 불거진 한 논문은 2017년 이후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50회 이상 인용됐다. 다른 세 편은 20번 이상 인용됐다.

비크 박사는 “이같은 ‘논문공장’식 행태가 과학계 전반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생물학 연구 논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나 각종 질환 치료를 위한 중요 의약품 개발과도 직결되므로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의혹이 제기된 논문을 출간 취소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울 전망이다. WSJ는 “한번 출간된 논문의 진위 여부를 다시 따져 취소하기까지의 과정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학술지가 아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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