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위기…北 가계 '현금가뭄'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북한 비공식금융 실태조사 및 분석·평가' 보고서를 보면 2018년 말 가구당 평균 금융자산은 1797달러(약 215만원)로 집계됐다. 2012년 이후 탈북한 주민 212명을 대상으로 2018년 10월15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다. 평균 금융자산은 모두 비공식금융 자산으로 자산가로 통하는 '돈주'와 개인, 상인, 기업 등이 비공식적으로 진행한 대출·차입과 외상 거래, 곗돈 거래 등을 말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주영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은 조선중앙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거래에서 맡긴 돈을 떼먹힐 위험이 크다고 느끼는 등 신뢰가 부족하다"며 "이들 금융기관에 맡긴 현금 등 공식금융자산은 가구당 1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가구당 금융자산은 지난 2015년 말 2023달러에서 2016년 말 2451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2017년 2301달러에서 2018년에는 1000달러대로 급감했다. 2017년부터 진행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북한이 경제난에 시달린 탓이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3.9%에 달했지만 2017년 -3.5%, 2018년 -4.1%를 기록했다. 2018년의 경제성장률은 극심한 가뭄으로 대규모 기근에 시달린 1997년(-6.5%) 후 21년 만의 최악을 나타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6년 11월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제한하고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북 결의안 2321호를 채택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2018년 북한의 가구당 금융자산(1797달러)을 뜯어보면 현금(1278달러)이 가장 많고, 상품을 팔고 돈을 받지 않은 외상대금(484달러), 사적으로 빌려주거나 빌린 돈을 말한 금전대차(25달러), 곗돈(10달러) 등으로 구성됐다.
北 주민, 달러·위안화 선호
북한 가계가 금고와 장롱에 쌓아둔 현금은 거의 모두 외화로 나타났다. 2018년 북한 가구는 보유한 현금 가운데 99.9%를 미 달러화, 중국 위안화 등 외화로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위기로 북한 원화 가치가 출렁이는 등의 이유에서다. 북한의 가구당 금융자산 가운데 외상대금은 장마당 상인들이 상품을 주고 받으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전대차의 경우 친구와 친척, 장마당 상인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빌린 거래 등을 말한다. 통상 신용거래 비중이 67.5%, 담보거래가 37.5%로 나타났다.
이주영 연구위원은 "담보거래 비중이 낮은 것은 담보로 잡을 만한 자산이 적은 데다 주택의 경우도 상당수가 국가 소유 자산인 탓"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산거래는 통상 월 10%대 금리로 이뤄지며 신용도가 높은 경우에도 월 1~9%대의 고금리를 적용받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