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전용 82.61㎡)에 사는 이모씨(58)는 세금 얘기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1주택자인 그는 올해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로 837만원을 내야 한다. 이사를 온 2017년 낸 보유세가 381만원이었으니 3년 새 두 배 이상으로 오른 셈이다. 여기에 연간 300만원에 달하는 지역건강보험료까지 납부해야 한다.
2년 전 회사를 퇴직한 그는 현재 별다른 소득이 없다. 이씨는 “세금 무서우면 집 팔라는데 강남은 현금부자만 살란 말이냐”고 말했다.
이씨는 종부세율이 인상되는 내년에는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3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한 결과 1주택자(만 58세 이하·5년 미만 보유)인 이씨의 보유세는 내년 1200만원으로 증가한다. 올해보다 43.3% 급증한 금액이다.
종부세법 개정안에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를 1주택자에 대해서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1주택자,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높인다. 이 법안은 작년 ‘12·16 부동산 대책’에 담겼지만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종부세법 개정안 처리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2017년 5월 출범한 이번 정부는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종부세 인상 등을 담은 부동산 세제 개편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대책의 약발은 없었고, 집값은 계속 올랐다. 이 과정에서 집값이 상승해도 가처분소득이 전혀 늘지 않은 이씨 같은 1주택 은퇴자는 세금 부담에 등골이 빠지게 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전한 1주택자까지 투기꾼으로 간주해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잘못된 규제로 집값을 올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정인설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