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료로 전기를 쓰면 되지 왜 수소여야 하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전체 신재생 에너지 생태계를 보지 못한 근시안적 시각입니다."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열린 국제수소포럼에서 현대차의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 담당 전무는 "전기가 수소를 대체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부, 수소경제위 발족…전문가들 "한국이 먼저 해야"
정부는 수소경제사회 구현을 위해 지난 1일 수소경제위원회를 발족한 상태다. 내년 2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 시행을 앞두고 반년 가량 앞서 수소위부터 발족시킨 것이다. 수소위는 2030년까지 85만대의 수소전기차(FCEV)를 보급하고 2040년까지 1000개 수소 전문기업을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이미 선택권이 없기에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다급함이 반영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발전량에 있어 한계가 있는 만큼 수소 발전 전환이 필연적이란 진단이다.
김 전무는 "풍력이나 수력 발전도 결국은 태양에서 나온 에너지"라며 "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우리가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발전효율이 낮아진다. 위도와 경도, 온도와 습도 등에 따라서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국가도 있고 부적합한 국가도 있다.
김 전무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태양광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그대로 쓰는 것이지만, 이러한 일이 가능한 국가는 제한적"이라며 "태양광 에너지도 원유처럼 매매하고 운송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 발전이 원활한 국가에서 남는 전기를 분해해 수소로 만들어 운송하고, 수입국에서는 수소를 그대로 사용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발상이다. 수소를 다시 전기로 바꿀 경우 태양광-전기-수소-전기로 에너지가 전환되는 과정이 하나 추가되는 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현재 원유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수소가 대체하는 셈이다. 정부의 조바심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최현우 과장은 "전일 수소경제위원회가 발족했다. 다른 나라에 뒤쳐질까 조급해서 (법안 시행보다) 6개월 먼저 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도 오는 8일 수소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느 국가보다 먼저 수소경제를 육성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던 셈이다.
최 과장은 "수소법 시행에 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순이나 말에는 설명회 또는 공청회를 열고 시책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생산·운송·저장·활용 등 전 분야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전국적인 운송용 수소 수요도 2022년 3만t에서 2030년 37만t, 2040년 100만t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 수소차도 충전 불편…"연내 2배 늘린다"
정부가 수소경제를 이끈다는 방침이지만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기까지는 선결과제가 산적했다.
현대차가 판매하는 수소전기차 넥쏘는 지난해 4194대가 팔렸다. 세계 수소차 판매량 중 55.3%에 해당하는 수치라고는 하나,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는 아니다.
그나마도 충전소가 멀고 부족해 불편을 겪는 이들이 많다. 이날 기준 전국 수소충전소는 41곳에 그치고, 그나마도 2곳이 정비 중이다. 김 전무는 "나도 넥쏘를 구매했는데 충전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수소경제 규모가 어느정도 성장하기 전까지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소충전소를 연말까지 현재의 2배인 80개 내외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30여개 신규 충전소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 보급을 위해 충전소를 구축했던 경험에서 얻은 교훈도 활용 중이다.
최 과장은 "LPG 자동차를 보급할 당시에도 닭(충전소 보급)이 먼저냐 달걀(LPG 자동차 보급)이 먼저냐의 논쟁이 있었다. 당시에 전국 LPG 충전소가 300개를 넘어서자 그 논쟁이 무너졌다"며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310개의 수소충전소를 짓기로 했다. LPG 교훈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충분한 공급을 위해 2023년부터는 액화충전소도 도입한다. 최 과장은 "현재 기체충전소는 300평 정도의 부지가 필요한데, 액화충전소는 5분의 1면적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지어지는 기체충전소도 액화충전소를 염두에 두고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소에서 고장이 발생하는 사례도 수집하고 있다. 충분히 데이터가 쌓이면 예방정비 등의 노하우가 갖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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