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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떡 줄 사람'은 안중에 없는 최저임금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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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줄 사람은 따로 있는데 김칫국부터 막 퍼마시고 있네요. 답답합니다.”

뜬금없는 ‘떡 타령’이 아니다. 이제 막 논의가 본격 시작된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에 대한 한 자영업자의 한탄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이 올해보다 25.4% 올린 시급 1만770원은 돼야 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월급 기준으로는 225만원,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예측한 근로자 가구의 최소 생계비를 토대로 한 요구라고 했다. 당장 한번에 25% 이상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것은 과도함을 넘어 황당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3년 전에는 최초 요구안이 50% 이상이었다”며 “올해 요구안은 비합리적인 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노총은 2017년 최저임금 협상을 앞두고 ‘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 그해 최저임금 시급은 6470원, 단번에 55%를 올려 1만원으로 만들자는 요구였다.

민주노총 요구안이 나오자 곧바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등판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25.4% 인상 요구안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지나친 수준이라며 자신들은 ‘시급 1만원’ 이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 노총이 논쟁 아닌 논쟁을 거쳐 1일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원’이라는 단일 요구안을 내놨다. 시급 1만원이면 올해 최저임금(8590원) 대비 16.4% 오른 금액이다.

두 노총의 행보를 바라보는 ‘떡 줄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당장 기자에게 ‘떡 타령’을 들려준 자영업자는 “시급 1만770원은 너무 많으니 1만원만 받겠다는 한국노총에 감읍해야 하는 것인가. 정말 너무들 한다”고 했다. “떡 줄 사람은 지금 배가 고파 죽어나갈 판인데…”라는 한탄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내년 최저임금은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80.8%였다. 7.3%는 “올해보다 낮아져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동결 목소리는 2017년 36.3%, 2018년 48.2%, 2019년 69.0%로 해마다 높아지다가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만나면서 정점을 찍었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최저임금 동결론’을 으레 ‘우는 소리’로 치부해왔다. “최저임금 못 줄 거면 사업 접으라”는 비아냥도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현실적인 지표를 애써 외면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6.5%였다. 법정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정작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비율이 16.5%, 약 338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일부 악덕 고용주도 있지만 대부분은 줄 돈이 없어 최저임금을 주지 못했다.

1일 제4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본격화됐다. 박준식 위원장은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역지사지’의 자세를 당부했다.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차 회의에서 “노사 위원도 진영 논리를 떠나 모두 공익위원이라는 자세로 임해달라”고 호소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취약 근로자의 생계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또 최저임금 선상에 있는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도록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심의를 기대한다.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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