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배송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몰들은 저녁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새벽 집 앞에 갖다주는 '새벽배송'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최근에는 위메프 등 오픈마켓업체들도 아침에 주문한 상품을 저녁에 배달해주는 '당일배송'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이들에게 번개 배송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후발주자지만 이들에게는 e커머스 업체들에게 없는 자산이 있다. 전국 곳곳에 있는 오프라인 점포다. 고객과 맞닿아 있는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면 온라인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e커머스 업체들보다 더 빨리, 더 신선한 제품을 보낼 수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물건을 주문한 지 2~3시간 안에 상품을 배달하는 '번개배송'을 할 수 있는 이유다.
롯데마트가 먼저 성과를 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ON'을 출시하며 서울 중계점과 경기 광교점을 '스마트 스토어'로 바꾸고 주문후 2시간내 상품을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롯데마트의 스마트 스토어에는 장바구니 전용 리프트(피킹스테이션)가 설치돼 있다. 천장에는 레일이 달렸다. 온라인 배송에 필요한 장비들이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직원들이 상품을 집어와 장바구니에 넣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장바구니가 레일을 통해 매장 옆 배송센터로 옮겨진 후 주문별로 분류돼 포장된다. 바로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후 중계점의 하루평균 주문건수는 135%, 광교점은 618% 각각 늘었다. 롯데마트는 하반기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갖춘 점포들을 늘릴 계획이다.
중국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 중국 최대 e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신선식품 전문 슈퍼마켓 허마셴셩이 대표적이다.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보고 원하는 상품을 골라 앱으로 결제하면 30분 만에 고객의 집까지 물건을 배송해준다. 허마셴셩 인근으로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은 집 값이 다른 곳보다 높아져 '허마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29일 온라인주문후 세 시간내 보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백화점이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배송 서비스에 나선 건 처음이다. 백화점에 입점한 400여개 브랜드의 9만여개 상품이 대상이다. 주문상품을 백화점에서 산 것처럼 쇼핑백에 담아 보내준다. 우선 서울 지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현대식품관 투 홈'을 연다. 수도권 지역에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식품들을 배송해주는 콘셉트다. 백화점 식품관이 물류 거점이 되는 셈이다. 이곳에 입점해 있는 맛집 음식들을 인근 지역에 1~2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함께 시작한다.
2002년 대형마트 최초로 온라인 쇼핑을 시작한 홈플러스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가 갖춰진 '점포 풀필먼트센터(FC)'를 운영한다. 인천 계산점과 안양점, 수원 원천점 등 3곳으로 매장 뒤편 유휴공간에서 물류 과정을 거친다.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물티슈 등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자주 주문하는 제품들을 컨베이어 벨트 옆에 배치했고, 생수와 휴지 등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부피가 큰 제품은 배송트럭이 오는 곳 인근에 쌓아 놓는 식이다.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 점포 중 FC를 10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