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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정부는 전지전능한 神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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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정부는 2022년까지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다섯 곳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몇 달에 걸쳐 준비했다는 이 계획을 보면 정부가 아직도 정부만능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미디어 기업이 성공하려면 콘텐츠·인터페이스·서비스 등 모든 분야가 고루 잘 갖춰져야 한다. 정부가 1000억~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해서 세계적인 OTT가 나오는 게 아니다.

단적인 예가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만든 OTT ‘웨이브’의 고전이다. 17일 닐슨코리아클릭의 조사에 따르면, 웨이브는 지난해 10월 출범 당시만 해도 월간활성이용자(MAU) 수가 379만 명으로 넷플릭스(342만 명)보다 앞섰지만, 지난 5월 MAU는 346만 명으로 줄어들어 넷플릭스(637만 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자 편의성 및 최적화에 문제가 있는데 더욱 심각한 것은 콘텐츠도 그렇다는 점이다. 지상파 3사의 ‘POOQ’과 SK텔레콤의 ‘oksusu’를 통합했는데 oksusu에서 서비스하던 채널과 혜택이 대거 사라졌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CJ E&M 계열 방송도, JTBC 계열도 송출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넷플릭스는 엄청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만 미디어 콘텐츠에 150억달러(약 18조원)를 쏟아부었다. 유튜브는 동영상을 자체 제작하지 않지만 광고 수입을 제작자와 나누는 방식을 통해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정부만능주의는 이른바 ‘발전국가’의 신화에서 비롯한다. 전후 일본에 이어 주변의 ‘작은 호랑이들’까지 경이로운 발전을 이룩하자 한때 경제 발전에서 발전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론이 관련 학계를 풍미한 적이 있다. 특히 예지를 지닌 국가가 펼치는 산업정책이 산업 고도화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게 그 핵심이었다. 그래서 경제정책이라면 재정·통화·외환 등의 거시경제정책만 있는 줄 알았던 미국에서조차 미시경제정책인 산업정책의 채택 여부를 둘러싸고 10년간 논쟁을 벌였을 정도다.

하지만 개별 사례에 대한 연구가 축적된 지금 발전국가는 거의 신화임이 밝혀졌다. 발전국가의 표상이던 일본에서도 성공한 산업정책보다 실패한 산업정책이 더 많았다. 시장 세력에 편승한 정책은 성공했지만 이에 역행한 정책은 실패했다. 그 결과 지금은 많은 사람이 발전국가라는 말 자체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부의 능력을 의심한다. 하지만 정부 주도 발전의 기억이 생생한 곳에서는 아직도 정부가 민간 부문보다 앞서고, 정부가 나서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 한국 정부도 이전 정부와 정책 방향은 다르겠지만 정부만능주의만은 공유한 듯 보인다.

정부만능주의는 한국판 넷플릭스만이 아니라 경제정책 전반에서 드러난다. 부동산정책도 대표적인 예의 하나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정부는 21차례나 중요한 대책을 내놓고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이렇게 속수무책이 된 것은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크기 때문이다. 가격을 내리려면 수요를 줄이든지 공급을 확대하든지 해야 한다. 경제학원론 2주차에 배우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재개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 공급 확대를 막았다. 수요에 대해서는 이를 투기 목적의 가수요로 간주하고 증세와 대출 축소로 대응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가수요란 없다.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수요는 수요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은 현금부자들만의 놀이터가 됐다. 보통사람은 접근조차 불가능해졌고, 가격은 가격대로 오르고 있다.

정부의 선의를 의심할 이유는 없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도 선의로 포장돼 있다. 정부만능주의의 치명적 자만에서 벗어나 시장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특정한 산업의 발전을 꾀한다면 어설프게 개입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활력을 살리도록 과감하게 정부의 간섭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더욱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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