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의심 환자가 15명 나온 경기 안산의 H유치원이 3년 넘게 경기도교육청의 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위생 사고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26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H유치원은 2017년 이후 경기도교육청의 감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2017년 이미 사립유치원 종합감사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감사에서 이 유치원은 교비 부정사용, 부실회계처리 등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교비 8400만원을 교육 목적 외에 쓰고, 수익자 부담금을 세입 처리하지 않은 채 2억900만원을 교육과 무관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수익자부담금을 교비계좌가 아닌 원장과 교사 개인명의 계좌로 수납한 사실도 적발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사립유치원 전수감사 방침을 발표했다. 사립유치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해 1월 신년 간담회에서 “앞으로 2년간 도내 사립유치원 945곳을 전수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전수감사 대상은 경기 내 사립유치원 1069곳 가운데 이미 감사를 받은 124곳을 뺀 나머지였다. 이에 2017년 종합감사를 받은 H유치원이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학예에 관한 자체감사 규칙’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종합감사 주기는 3년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H유치원은 올해 감사를 받아야 한다. 전수감사 방침 탓에 3년마다 받아야 할 종함감사가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전수감사 대상에 포함된 유치원이 1000여곳에 달하는 탓에 H유치원 등 이미 감사를 받은 곳은 올해 감사 대상이 아니다”며 “추후 H유치원에 대한 감사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H유치원은 지난 16일 첫 식중독 증상이 발현된 이후 유증상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장 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된 환자는 49명이다. 전날(43명) 대비 6명 증가했다. 장 출혈성 대장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대장균의 일종이다. 덜 익은 소고기나 오염된 음식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되기 쉽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심한 경련성 복통, 구토, 설사 등을 일으킨다.
HUS이 의심되는 환자는 전날 보다 한 명 늘어난 15명이다. 이중 4명은 신장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은 세균 감염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져 피에 독소가 쌓인다. 환자 절반 정도가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신장 기능이 망가진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집단 감염되면서 햄버거병으로 불린다.
시는 조사 과정에서 A유치원이 식중독 사고 등에 대비해 배식 이후 보관해야 할 음식(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각종 식중독 증상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며 “아이들이 속히 치료를 받고 회복할 수 있도록 지역 교육지원청과 본청에서 치료비 등 후속 조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