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JTBC 수목드라마 ‘쌍갑포차’가 모두의 ‘인생포차’로 기억되며 그 여정을 마쳤다. 최종회에서는 전생부터 맺어진 진짜 가족 황정음, 육성재, 최원영이 포차에서 재회하며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예고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신목의 영혼이 깃든 한강배(육성재)가 염부장(이준혁)의 몸에서 악귀 김원형(나인우)을 쫓아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월주(황정음)와 귀반장(최원영)은 “우리 아이의 영혼이 바로 강배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풀이 10만 건을 해결해, 강배의 특이체질을 고쳐주는 것뿐. 염부장이 “자식 잘못 키운 아비 한을 풀어 달라”며 포차의 마지막 손님을 자처했지만, 전생에 대한 모든 기억을 떠올린 강배는 이미 원형에게 붙잡힌 뒤였다. 원형으로부터 월주를 지키려다 칼에 맞은 귀반장은 “사랑해”라는 월주의 고백을 들으며 사라졌고, 월주는 홀로 나선계단 암흑 속에 갇힌 강배를 구하러 나섰다. 하지만 원형이 계단 아래로 떨어지면서 달려든 탓에 월주 역시 암흑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가지마요, 엄마”라고 부르는 아들 강배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소리를 들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이승에 혼자 남은 강배는 특이체질을 개선했고, 강여린(정다은)과의 연애도 이어나갔다. 스스로를 희생시켜 인간 한강배를 지켜냄으로써, 자식의 영혼을 구하고자 한 오랜 한을 푼 월주는 환생을 포기하고 이승으로 다시 내려가 포차 영업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계속에서 인간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월주의 의지였다. 그 곁엔 나선계단 암흑까지 들어가 월주를 구해준 귀반장도 함께였다. 월주, 강배, 귀반장의 전생 인연은 아픔뿐이었지만, ‘쌍갑포차’에서 다시 만난 이들의 인연은 새로운 희망을 암시했다. “하늘이 정해준 운명”에 따라 재회한 포차 3인방, 그리고 환하게 불을 켜고 ‘쌍갑포차’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지난 6주간의 여정을 함께 해온 시청자들에게도 가슴 벅찬 울림을 안겼다. 이처럼 지친 일상 속에 선물처럼 나타난 ‘쌍갑포차’가 ‘인생포차’로 영원히 기억된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1. 손님 에피소드와 전생 서사의 연결고리
직장 상사에게 갑질을 당한 송미란(박하나)의 한풀이로 포문을 열었던 ‘쌍갑포차’. 찾아오는 손님들에겐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사연이 있었다.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듯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월주의 사이다 처방에 힐링을 느낀 손님들의 사연은 한풀이 실적이 1건 올라간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사연 하나하나에 월주, 강배, 귀반장의 전생 서사가 녹아 있었기 때문. 특히 5회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부부의 사연에선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먼저 떠난 월주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귀반장의 마음을 교차해 보여줬다. 또한, 8회의 임신을 희망하는 부부와 9회의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사연은 월주에게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에피소드였다. 총 10건의 한풀이 에피소드와 포차 3인방의 전생 서사의 연결고리는 몰입도는 높이고, 신선함은 배가되는 전개로 호평을 받았다.
#2. 배우들의 찐케미 → 역대급 캐릭터의 탄생
‘꿈벤저스’로 만나 포차를 이끌어 나간 황정음, 육성재, 최원영의 케미는 그야말로 ‘찐’이었다. “촬영장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배우들의 전언처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 덕분에 가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부터 가족 같은 케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와 같은 ‘가족’ 케미는 배우들의 각자 맡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에도 좋은 양분이 되었다. 월주, 강배, 귀반장 모두 매력적인 개성과 각자의 서사를 구축해 나가는 동시에 서로의 유대감이 중요한 캐릭터였기 때문. 포차 3인방 뿐만 아니라 이준혁, 정다은, 염혜란, 오영실, 나인우, 박시은, 송건희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은 지금껏 안방극장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이승, 저승, 그승을 넘나드는 신선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모든 배우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각자의 캐릭터에 온전히 빠져든 연기를 보여준 덕분이었다.
#3. 작은 말과 행동 하나로 바뀌는 운명, 그것이 바로 ‘기적’
‘쌍갑포차’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간군상을 만날 수 있었다. 억울한 사람, 미안한 사람, 죽고 싶은 사람,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사람. 이들 모두 하늘이 정해준 운명을 타고났지만, 운명을 바꾸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월주가 말한대로, “하늘은 생각보다 쉬이 감동하는 존재라 작은 말과 행동 하나로도 우리의 운명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의 삶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자기 전 1분만 생각한다면, 그래서 내일은 그 말과 행동을 변화시킨다면, 운명을 바꾸는 ‘기적’을 맛볼 수 있다. ‘쌍갑포차’의 월주는 그저 사람들의 꿈에 들어가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바꾸어 놓았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한을 풀었고, 누군가는 벌을 받았다. 업보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그렇기 때문에 “정신차리고 착하게 살아야 돼요”라는 월주의 강렬한 한마디를 잊지 않게 해주는 ‘쌍갑포차’는 우리의 인생을 바꿔 놓은 ‘인생포차’로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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