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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이스피싱 금융사가 배상? 도둑맞으면 경찰이 물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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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은행 등 금융회사에 지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람이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금융사가 피해 금액을 물어주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등은 어제 이 같은 내용의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날로 피해가 늘어나는 보이스피싱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척결 대책을 마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대책의 핵심 내용이 피해 배상을 금융사에 전가하는 것이라는 데는 문제가 있다. 보이스피싱은 고의성을 가진 사기범이 금융사 거래 고객을 속여 계좌에서 돈을 탈취해 가는 범죄다. 중간에 낀 금융사가 고의나 과실로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원칙적으로 금융사에 배상책임을 물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경찰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자칫 금융사 고객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소지도 없지 않다.

보이스피싱은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정부가 합심해야 근절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는 사기 금융범죄에 속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금융사는 고객에게 의심거래 여부를 묻는 질문을 강화하고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도 정교화해 보이스피싱을 최대한 막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피해방지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범죄자를 엄벌해 일벌백계로 다스릴 책임이 있다. 보이스피싱은 이렇게 3자가 각자 책임을 다할 때 막을 수 있는 것이지, 어느 일방에 책임을 돌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작년에만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6720억원에 달했다. 전년 4440억원에서 50% 이상 늘었다. 건당 피해액도 930만원으로 개인 손실로는 크다. 고령화와 범죄 수법의 교묘화로 보이스피싱 피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제고와 함께 이해당사자들의 지혜로운 대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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