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핵심 인사들이 6·25전쟁 종전선언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25일 공개적으로 밝혔다.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하고 접경지역에 설치된 확성기를 철거한 지 하루 만에 상응 조치에 나선 셈이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북한에 굴종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평화보다 좋은 전쟁은 있을 수 없다”며 “한반도 종전선언이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긴장과 대치 상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의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종전선언이 필수적”이라며 “종전선언이 세 차례 북·미 회담에서 추진됐지만 아쉽게 무산됐는데 대한민국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더 강화해 당사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4·27 판문점선언 등의 정신을 회복하고 남북한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다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정신을 회복하고 남북 소통과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급히 보건·의료 분야의 남북협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17건의 제재를 면제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위해 남북적십자 회담 등 인도적 대화 교류를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송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유엔 제재 위원들을 만나 인도적 지원 등 제재 일부 완화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추진하던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는 상반된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시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정부 내용이 국회로 넘어오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서도 “당 차원의 추진이 아니라 의원 개인의 생각”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야당은 “북핵 폐기라는 최우선 국가안보 목표를 포기하고 북한에 굴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대통령은 북핵은 방치한 채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를 말한다”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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