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에 비행기 동체를 납품하는 항공기 부품업체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보잉이 차세대 주력 모델인 737 맥스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하면서 주문 물량이 급감한 탓이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잉은 지난 19일 스피릿에 서한을 보내고 올해 737 맥스 생산 목표를 125대에서 72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생산 목표를 216대에서 125대로 줄인 데 이어 또 다시 목표치를 낮춘 것이다. 보잉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며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스피릿 측은 갑작스러운 감산으로 인해 수익이 줄어들면서 신용 거래 조건을 위반할 처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스피릿의 채무는 올 1분기말 기준 31억달러 규모다. 스피릿은 채무 불이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출 기관과 협상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잉 737 맥스의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2018년 10월과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와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737맥스가 추락해 34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기체 결함 논란이 일면서 주문 취소가 잇따랐다.
데이비드 캘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올 3분기(7~9월)부터 737 맥스를 납품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잉은 내년에 매월 31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달 737 맥스 생산을 재개했다. 하지만 현재 재고로 쌓여 있는 737 맥스 항공기만 450대에 달한다.
피터 아멘드 R&B 애널리스트는 "2023년 전까지는 글로벌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며 "737맥스 재고가 이미 너무 많은데다 생산량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