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對中) 강경파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미·중 무역합의가 깨졌다고 말했다가 급히 번복했다. 이에 미 증시가 출렁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바로 국장의 발언을 직접 정정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나바로 국장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국에 경제적 타격을 주려 했고, 최근엔 코로나19 사태를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진행자가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협상은 끝났다는 것이냐”고 묻자 곧바로 “끝났다”고 했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한 것이 미·중 관계의 전환점이 됐다”며 “중국이 두 달가량 쉬쉬하는 동안 중국에선 수천 명이 미국으로 와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미 증시 다우지수 선물이 약 400포인트 떨어지는 등 급락했다. 이후 나바로 국장은 긴급 성명을 내고 “내가 ‘끝났다’고 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얘기였다”며 “이미 발효된 미·중 1단계 합의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급히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의 무역합의는 온전히 작동 중”이라며 “중국 측이 계속 합의 조건을 지켜주길 희망한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증시는 안정세를 되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관세 전쟁’ 중단을 비롯해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어서다. 중서부 농업지대(팜벨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으로 통한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팜벨트 지역 유권자의 75%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재선을 노리면서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한편 미·중 무역협상의 성과도 강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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