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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문화가 있는 여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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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도 모두 문 닫았다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의 유령’인 셈인데요. 이 사실을 널리 알려야겠네요.” 지난 3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서울 공연 개막날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를 찾아 제작사 관계자에게 건넨 인사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장이 일제히 폐쇄됐던 무렵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K공연 방역’

이 관계자는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서였다. 공연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와중에 공연이라니…” “해외에선 다 못하게 하는데 한국도 중지해야 한다”고 반응할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 터였다. 고심 끝에 강행한 공연에 지장을 줄 만한 어떤 변수도 주최 측은 원치 않았다.

그렇게 조심조심했는데도 초대형 사고가 터졌다. 개막한 지 2주쯤 지나 앙상블 배우 중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공연장은 즉각 폐쇄됐다. 공연계에선 ‘가까스로 버텨왔는데 이제 끝이구나’ 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확진자는 배우 두 명뿐이었다. 우려했던 집단감염은 없었다. 공연은 3주 뒤 재개됐고 이후 순항하고 있다. 관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며 서울 공연 기간이 6주 연장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가 K공연장의 방역 시스템을 주목하게 된 것은 또 다른 반전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자이자 제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냈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영국에서는 최대 공연장 중 하나인 런던극장에 방역 체계를 갖춘 서울 공연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미국과 영국 언론은 웨버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공연장의 방역 체계를 집중 조명했다.

코로나19는 한국 공연계에도 재난이었다. 국공립 공연장들이 폐쇄되고, 애써 준비한 공연이 줄줄이 좌초되고, 많은 무대예술인이 일터를 잃었다. 하지만 K공연이 완전히 멈춘 적은 단 하루도 없다. 애호가층이 탄탄한 민간 공연들은 선제적 방역 조치를 통해 관객을 계속 맞이했다. 대극장이든 소극장이든 현장을 가보면 얼마나 철저하게 방역이 이뤄지는지 실감할 수 있다. 입장할 때 분무 소독을 하고, 열감지기나 비접촉 체온계로 체온을 잰다. 문진표 작성, 추적 조사 시 정보 공개 동의 절차를 거쳐 들어가면 관람 내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여간 불편하고 성가신 게 아니지만 이를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관객은 보지 못했다. 공연계의 이런 방역 노력과 관객의 적극적인 협조가 공연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에서조차 부러워하고 벤치마킹하려는 ‘안전한 공연장’의 롤모델을 만들어냈다.

대목 앞둔 문화계 “안전 또 안전”

그럼에도 공연계는 마음을 놓지 못한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7, 8월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더 바짝 조이고 있다. 의무화 시설이 아닌데도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자발적으로 갖춘 공연장이 많다. 종이 문진표를 공용 필기구로 작성하는 데 따른 감염 우려조차 차단하기 위해서다. 공연장 못지않은 방역 조치를 취해온 영화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객석 내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공연장과 영화관의 올여름 콘텐츠 상차림은 예년 못지않게 푸짐하다. 조금만 더 주의해서 안전 수칙을 지킨다면 세계가 부러워할 ‘문화가 있는 여름’을 누릴 수 있다.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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