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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계보는 우리가"…포천 반란 꿈꾸는 '스물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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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생 박세리는 한국 여자 골프의 선구자다. 그를 바라보며 자란 ‘88년생 동갑내기’ 박인비, 신지애, 이보미 등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 여자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세리키즈’ 또는 ‘황금세대’로 불리는 이들이다. 1999년생인 최혜진이 지난해 대상·다승·상금왕 등을 휩쓸며 ‘대세’로 떠오르자 호사가들은 77-88-99라는 나름의 계보 공식을 만들어내며 골프 관전에 흥미를 더했다.

그러나 ‘99그룹’의 윤곽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최혜진을 제외하면 특별한 성적을 내는 동갑내기들이 두드러지지 않아서다. 대신 지난해 투어를 점령한 ‘00년생’은 물론 올해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01년생’들이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패권 도전에 나선 형국이다.


‘00그룹’의 만개

오는 25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05야드)에서 문을 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총상금 7억원)에선 200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엄 소녀’들이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00년 트로이카’ 중 임희정과 박현경(20)이 도전장을 던졌다. 여기에 지난해 시드순위전을 다녀오는 등 절치부심한 성유진(20)까지 가세했다. 성유진은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공동 6위로 치고 나가며 골프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임희정이 단연 돋보인다. 먹잇감을 낚아채는 맹수처럼 우승 기회가 오면 잡을 줄 아는 승부사 기질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그의 3승을 이끌었던 아이언 샷감에 물이 올랐다. 올해 그린적중률이 82.96%로 전체 5위다. 시즌 첫 3개 대회를 모두 ‘톱10’으로 마쳤다. 그중 지난 5월 열린 KLPGA챔피언십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린적중률 24위(77.03%)에 올라 있는 성유진도 아이언 샷이 장점이다.

최근 상승세만 놓고 보면 박현경도 임희정 못지않다. 데뷔해인 지난해에 우승 없이도 3억원 넘는 상금을 모았다. 꾸준함의 방증이다.

2020년 개막전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마침내 무관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 13위에 오르는 등 벌써 상금만 2억3496만원을 모았다. 전체 2위다. 그린적중률, 페어웨이 안착률 등은 평범한 편이지만 이를 안정적인 퍼팅(29.98타 4위)으로 메운다.

“우리도 있다”…‘01그룹’ 무서운 추격

2001년생인 ‘01그룹’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신인상 포인트 1위(384점)에 올라 있는 유해란(19)이 이들 중 선두에 서 있다. 꾸준한 성적으로 매 대회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올시즌 E1채리티오픈 준우승을 포함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커트 통과 이상의 성적을 냈다. 그린적중률이 18위(77.78%), 페어웨이 안착률이 41위(75.60%)다. 드라이브 비거리는 243.25야드(38위)인데 원하면 훨씬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그는 “평소 80%의 힘으로만 친다”고 했다.

조혜림과 전예성(이상 19)은 유해란과 함께 ‘01그룹’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상금 5300여만원을 모아 18위에 자리한 조혜림은 E1채리티오픈에서 톱10에 입상하며 포천 대회에서 첫 승을 노리고 있다. 현재 상금 순위 27위(약 4110만원)인 전예성도 KLPGA챔피언십에서 톱10에 진입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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