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들에게 35만원짜리 마우스를 사줬다"는 한 취재원의 얘기를 듣고 먹던 맥주를 뿜을 뻔했다. 마우스라면 노트북 구입할 때 사은품으로 딸려나오는 제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만원이 넘는 마우스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소싯적 스타크래프트 대학생 리그에서 5위권 안에 들었다는 취재원은 "게임실력의 상당부분은 '장비빨'"이라며 "장비를 풀세팅 해놓으면 집중력부터 반응속도까지 천지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못 믿겠으면 모니터부터 맞춰보시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는 '3대 악마의 게임' 중 하나인 문명 시리즈에 10년째 사로잡혀있다. 한국, 미국 등 문명의 지도자가 돼 다른 문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전략게임이다. 대학생 때 발을 들인 뒤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참고로 나머지 악마의 게임은 '풋볼 매니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으로 알려졌다.
마침 문명6 제작사 2K가 새로운 추가콘텐츠(DLC)로 콜롬비아·마야 문명을 공개했다. 이 DLC를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게이밍 모니터 '삼성 오디세이 G7' 32인치 모델로 플레이해보기로 했다.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 선수가 이 제품을 쓴다는 데 혹했다. 홍보용 문구라는 걸 알면서도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G7이 다른 게이밍 모니터와 차별화되는 점은 1000R(반지름이 1000㎜인 원의 휜 정도) 곡률의 QLED 패널이다. 1000R은 사람 눈에 가장 이상적인 곡률로 알려져있다. 페이커는 삼성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쓰다 보니 눈이 굉장히 편안했다”고 제품을 평했다. 칸나(김창동) 선수도 "곡률 때문에 눈도 덜 피로하고 몰입도도 훨씬 높았다"고 칭찬했다.
제품을 게이밍 노트북과 연결한 뒤 문명6를 틀어봤다. 오프닝 영상부터 노트북 화면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우선 크기 차이다. 평소 15인치 노트북 화면도 작다고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32인치 화면으로 보니 영상의 스케일이 보다 크게 느껴졌다.
1000R 곡률로 인한 몰입감도 달랐다. 오디세이 G7은 모니터 중심부가 안쪽으로 들어가있어 평면 화면보다 입체적으로 보였다. 화면 주변부가 중심에 비해 확장되는 것처럼 느껴져 시야가 트이는 효과도 있었다. 실제로는 노트북 화면과 같은 장면인데도 더 넓게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장점은 게임을 플레이 할 때 더 두드러졌다. 화면이 시야를 둥글게 감싸기 때문에 마치 게임속에 들어간 것처럼 느껴진다. 화면을 좌우로 둘러볼 때도 평면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보여 실감났다. 대화면으로 플레이해보니 이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게임 속 요소들도 눈에 들어왔다. 지형의 높낮이, 건물의 세밀한 생김새 등 작은 부분까지 잘 보였다.
높은 주사율(1초당 진동횟수) 덕에 게임 진행이 매끄러운 것도 만족스러웠다. 게임 속 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일 때와 전투·외교 등 그래픽이 무거운 장면에서 끊김이나 끌림현상이 없었다. 오디세이 G7 주사율은 최대 240Hz로 동급 최고수준이다.
문명6는 게임 진행 속도를 가장 빠르게 설정해도 한 판을 끝내는 데 4시간 가량 걸린다. 자연스레 승모근과 뒷목이 뻐근해진다. 오디세이 G7로 플레이 할 때는 모니터 높낮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목에 무리가 없었다. 눈 뻑뻑함도 덜했다. 독일 TUV 라인란드로부터 '눈에 편안함'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게임외에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볼 때도 영상이 실감날지 궁금해졌다. 유튜브 영상을 틀어보니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 정면 구도에서 모두 깊이감과 넓은 화각이 느껴졌다. 이 모니터에는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 아이패드 등 태블릿과도 연결할 수 있다. 태블릿으로 영상을 자주 보는 소비자라면 세컨드 TV로 활용할 법 했다.
대형 모니터 일부 모델에서 텍스트가 흐리거나 번져보인다는 단점이 지적돼왔다. 텍스트에 회색선이 생기는 현상때문이다. 텍스트 가독성을 알아보기 위해 노트북에 모니터를 연결한 뒤 텍스트 사진을 찍어 화면을 확대해봤다. 회색 선 없이 깔끔하게 글자가 보였다.
이밖에도 모니터를 세로로 돌리는 게 가능하다. 문서나 코딩작업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모바일 세로영상을 연결해 시청할 때도 세로모드로 보면 된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화면에 깊이감이 더해지는 건 좋지만 평면 모니터에 비해 자리를 많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
모니터가 둥글게 휘어져 있어 이를 지지하기 위한 받침대 길이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반 PC가 아닌 게이밍노트북을 연결했기 때문에 책상이 다소 비좁게 느껴졌다.
몰입감이 높다보니 말 그대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게임에 빠질 우려가 있다. 순식간에 새벽을 가리킨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라 모니터를 껐다. 학부생때 이 제품을 접했더라면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올해 인사고과가 두려워진다.
<hr >대신 질문해드립니다.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질문을 독자들을 대신해 삼성전자에 물어봤다.
Q.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할 때 각 인치별로 주사율 범위가 궁금합니다.
A. G7 기준 엔비디아 호환 주사율은 모두 최대 240Hz입니다. 세부적으로는 27인치 80~240Hz, 32인치 60~240Hz입니다.
Q. 곧 G7을 위한 엔비디아 정식 드라이버가 출시된다고 알려졌는데요. 정확한 출시일이 궁금합니다. 펌웨어 업데이트 날짜도 알려주세요.
A. 엔비디아 드라이버 출시일과 펌웨어 업데이트일 모두 6월24일입니다. 엔비디아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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