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포블레노우 지역은 2000년 이전만 해도 쇠락해가던 방직섬유 산업단지였다. 하지만 산단개조사업인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첨단 스마트 산업단지로 변신했다. 500만㎡ 지역 중 400만㎡에 의료기술, 정보기술(IT), 디자인패션, 에너지, 미디어 등 5개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여기에 주거 생산, 문화 교육이 복합된 250곳의 공간(모듈)이 더해지면서 입체적인 혁신 공간이 됐다. 스타트업 등 1만 개 기업을 유치했고 일자리 9만 개를 창출했다. 10개 대학 2만여 명의 학생, 12개의 기술이전센터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대구의 경제 심장이나 다름없는 산단지역이 ‘22@바르셀로나’와 같은 산단개조사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대구시는 성서산단을 거점으로 제3산단과 서대구산단을 연계산단으로, 경북도청 이전지와 종합유통단지, 엑스코를 연계지역으로 하는 대구 산업단지 대개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나섰다고 17일 발표했다. 내년부터 3년간 47개 사업에 9705억원을 투입한다.
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도시혁신융합기획센터장은 “22@바르셀로나의 성공 비결은 공업지역의 토지이용정책을 바꿔 공장만 모인 단지(zone) 개념이 아니라 주거 교육 문화 생산이 어우러진 모듈과 블록을 건설하도록 유도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산단대개조에는 제조공정혁신을 통한 기업과 창업 지원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28개 사업에 4742억원이 투입된다. 산단복합문화센터, 캠퍼스혁신파크, 스마트공장특화캠퍼스, 스마트가든볼·휴부스 등 새로운 개념의 시설을 7개 사업(925억원)으로 녹여내 기존 산단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산단 스마트물류공유서비스, 유휴공간 멀티스페이스 조성,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산업단지 상상허브 등 산업단지 인프라 조성 12개 사업에도 4036억원이 투입된다.
21개 산업단지가 있는 대구에서 성서산단(1217만㎡)은 전국 673개 일반산업단지 가운데 생산 1위인 산단으로, 지난해 말 현재 2638개사에 5만3079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구 전체 생산액의 절반인 연간 16조원을 생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거 교육 문화 기능이 없어 밤만 되면 근로자들이 빠져나가 유령 도시처럼 변한다.
장기적 경기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폐업하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산단 대개조사업은 대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사업으로 떠올랐다.
최운백 대구시 경제국장은 “성서산단은 자동차부품, 서대구는 산업용섬유, 제3산단은 기계로봇으로 특화한 맞춤형 스마트 산단 모델을 확산시켜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대개조 사업이 성공한다면 대구의 고용과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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