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8년차 A씨(36)는 출근 후 식사 시간에도 마스크를 벗고 싶지 않다.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다보니 벗을 때마다 수정 화장이 필요한데다 입 주변에 난 뾰루지가 늘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피부과 방문도 꺼렸던 A씨는 고민 끝에 화장품부터 바꾸기로 했다. 기초 화장품을 의약 성분이 함유된 '더마 화장품'으로 모두 교체한 것이다.코로나19 사태와 함께 피부 개선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더마 화장품이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높아진 인기에 주요 화장품 회사와 제약사들도 적극 투자에 나서면서 더마 화장품 시장의 급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 더마 화장품 시장 올해 규모만 1조2000억15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 자회사인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은 첫 신사업으로 '더마 화장품' 시장을 선택했다. 더마 화장품은 피부 증상 개선 및 피부 장벽 강화에 도움을 주는 의약품 수준의 고기능성 제품이다.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이란 단어와 병행해 쓰이며, 미국과 유럽에선 '약국 화장품'으로 불린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개발·생산 기술을, HK이노엔은 숙취해소음료 ‘컨디션’ 및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더마 화장품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출시되는 브랜드명은 '클레더마(Klederma)'다. '클레더마RX 수딩로션'과 '수딩크림' 등 2종으로 피부과에 진출할 예정이다.
한국코스메슈티컬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더마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16%씩 성장해 올해 1조2000억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주목할 부분은 전 세계 3대 화장품 시장이자 한국 화장품 수요가 높은 중국에서 더마 화장품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00억위안(약 3조4100억원)에 불과했던 중국의 더마화장품 시장은 2017년 600억위안(약 10조2300억원)대로 뛰어오른 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17%, 2023년까지 약 800억위안(약 13조6400억원) 규모가 예상된다.
◆"건강관리 관심 높아, 2분기 고속 성장 전망"현재 국내 더마 화장품 분야의 선두주자는 동국제약이 꼽힌다. 동국제약의 핵심 제품인 '마데카 크림'은 홈쇼핑 140여 회 동안 매진 기록을 세웠고, 출시 5년 간 판매량 1700만개를 달성하며 전사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마데카 크림은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의 주성분으로 만든 크림으로 미백과 주름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마 화장품 시장이 고속 성장하면서 기존의 대형 브랜드 업체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한 프랜차이즈 피부과로부터 더마 화장품 브랜드 CNP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글로벌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을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LG생활건강은 전 세계 3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 중국, 일본에 피지오겔을 출시해 글로벌 대표 더마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터키와 독립국가연합(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시장 사업권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호주 더마코스메틱 회사인 래셔널 그룹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호주 내 고급 화장품 생산 업체로 불린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의 인수합병 소식에 업계도 들썩였다. 2011년 화장품 회사 '아닉구딸'을 인수한 후 9년 만에 선택한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인 한섬도 지난달 더마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의 지분을 사들였다. 한섬은 내년 초에는 자체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약국 화장품 브랜드 '가란시아' 제품을 수입, 유통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제품군을 추가 확대하고 유통망도 넓혀 더마 화장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사의 진입은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기술력과 자본력을 확보한 대형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수혜와 함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분기에도 더마 화장품 시장의 성장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봤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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