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 미국인 폴 윌런, 러시아에서 징역 16년 선고받아

러시아 사법 당국이 2018년 말 간첩 혐의로 체포된 미국인 폴 윌런(사진)에 대해 16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윌런에 대한 유죄 판결이 심각한 갈등 관계에 있는 미·러 관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시법원은 15일(현지시간) 윌런의 간첩 혐의를 인정하고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윌런은 최후 진술에서 "간첩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허위 재판"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윌런의 변호인단은 10일 이내에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해병 출신인 윌런은 2018년 12월 러시아 여성을 아내로 맞은 이라크 파병 해병대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가 현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에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속 수사를 받았다. 러시아 언론은 그가 러시아 기관원들의 명단이 담긴 USB 메모리를 건네받은 지 몇분 후에 FSB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변호인단은 "많은 증인이 윌런이 무죄라고 확인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윌런 체포가 도발(공작)의 결과였음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밀자료가 담긴 USB를 그에게 건넸다는 사람은 실제론 그런 자료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수사해온 러시아 검찰은 윌런이 자국 정보기관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윌런이 러시아 방문 관련 사진을 넘겨준다는 말에 사진 자료가 담긴 USB를 받으러 나갔다가 체포됐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윌런의 형이 확정되고 나면 마약 밀수 혐의로 미국에서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콘스탄틴 야로셴코 전 러시아 민간 항공기 조종사, 미국에서 2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러시아인 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 등과 그를 맞교환하는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월런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러시아 법원은 비밀 증거를 토대로 피고인측 증거는 인정하지 않은 채 비밀 재판을 했다"며 "미국은 러시아가 윌런을 유죄로 판결 것에 격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월런에게는 국제인권의무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보장받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를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미국은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