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방학숙제로 박물관 탐방을 한 적이 있었다.
서너 곳의 예시 중 내가 갔던 박물관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었고, 박물관을 가기 전 들른 수요집회에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느껴졌기에 먼 거리도, 더운 날씨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녀와서는 용돈을 모아 희망나비팔찌를 사 한동안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구입해서 같이 차고 다니자고 권유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할머니들 처우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둘 들려오기 시작해서 내 팔목의 팔찌를 볼 때마다 계속 차도 될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일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본인의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을 증언한 할머님들, 물질적인 달콤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실을 알리려 크고작은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할머님들에게 좋지 못한 소식이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노환으로, 지병으로 인해 생존해계신 할머님이 많지 않기에 할머님들께서 원하시는 일본의 사과와 바른 역사 세우기의 시간은 많지 않다. 할머님들께서 억울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끼고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적고, 너무 안타깝다.
잘못됐다면 제대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억울함과 오해가 있다면 풀어서 할머님들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언쟁과 다툼으로 허비되지 않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기부나 봉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이와 나누고 함께할 때, 그것이 제대로 필요한 곳에 쓰여 보람을 느낄 때 더 많은 이들의 참여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물질에 대한 욕심, 명예 욕심,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을 자신의 도덕적인 신념에 따라 어떻게 풀어내느냐 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떤 이유로라도 오랜 시간 깊은 상처 속에 사시며, 용기를 내주신 할머님들께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불미스러운 뉴스와 기사로 인해 할머님들의 진정한 바람이 퇴색될까 걱정된다. 하지만 할머님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계속되어야 하고, 또한 바른 역사 알기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선희 생글기자(광탄고 3년) sunny41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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