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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베트남 경제의 아킬레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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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꽁(Thnh Cng)그룹은 연 매출 10억달러를 올리는 베트남 굴지의 기업이다. 약 20년 전 중국산 트럭을 수입해 팔던 이 회사를 ‘갑부’의 대열에 올려놓은 건 자동차다.

전국에 판매망을 보유한 타인꽁은 2011년 현대자동차와 합작해 자동차 조립 공장을 만들었다. 수입 자동차를 규제하고, 자국 내 조립생산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2018년을 기점으로 두 회사의 시너지가 폭발했다. 타인꽁현대차는 작년에 7만9568대를 판매해 도요타를 제치고 베트남 1위 브랜드에 등극했다. 전년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시장점유율은 20%에 육박한다.

타인꽁현대차의 스토리는 1970년대 현대차와 일본 미쓰비시가 맺었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차는 미쓰비시를 ‘기술 스승’으로 삼아 독자 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미쓰비시와 청출어람의 길을 가려 했던 현대차의 치열한 암투는 한·일 양국의 기업사(史)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을 명장면이다.

현대차는 과거 자신이 그랬듯이 타인꽁과 사투를 벌여야 할까. 지금까지 타인꽁의 행보만 놓고 보면, 기술 역전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타인꽁그룹은 자동차로 번 돈을 건설부동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호찌민시에 3개의 아파트 단지를 건설했고, 이달 말엔 다낭시 인근 해변에 신라호텔 브랜드를 단 9층짜리 고급 호텔을 개장할 예정이다. 호텔 인근에 조성 중인 럭셔리 리조트도 37동에 달한다.

국영기업과 은행을 제외하면, 베트남 주요 간판 기업들은 대부분 부동산으로 성장했다. 재계 1위인 빈그룹만 해도 리조트와 럭셔리 아파트 건설로 부를 쌓았다. 지난해 빈그룹이 계열사인 빈패스트를 통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고, 스마트폰과 TV까지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빈그룹은 여전히 부동산 재벌로 인식되고 있다. 빈패스트의 하이퐁 자동차 공장도 부동산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해안 공단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이곳엔 빈패스트 공장 하나만 달랑 들어서 있다. 빈그룹이 BMW의 구형 모델을 빈패스트 브랜드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데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공단 분양을 통해 떼돈을 벌 것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베트남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부동산에서 나오는 부는 경제 성장의 결과물일 뿐,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공장 부지의 가격이 오른 건 삼성전자 같은 해외 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앞다퉈 들어왔기에 가능했다. 리조트와 럭셔리 아파트의 가격 상승 역시 해외 관광객과 비즈니스맨들이 베트남으로 몰려온 덕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런 아킬레스건을 더 취약하게 할 것이다. 베트남 부동산을 지탱하는 핵심 중 하나는 관광산업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6%가 관광업에서 나온다. 빈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빈펄리조트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계열사인 빈홈이 새로 지은 럭셔리 아파트들은 미분양 사태에 처했다. 부동산 및 레저 전문 그룹인 FLC의 올해 손실액은 84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과 관광산업의 붕괴가 위험한 이유는 그 파장이 금융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부동산과 레저로 쉽게 돈을 번 베트남의 간판 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이용하기도 쉬웠다. 은행들은 거의 10%에 육박하는 예대마진을 누리며 떼돈을 벌었다. 코로나19는 과거의 선순환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이 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가 2009년 금융위기 때처럼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 여전히 해외 자본시장과의 연계가 낮은 데다 ‘차이나+원’을 고려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베트남의 발전 속도다. 아킬레스건을 공격당한 베트남은 당분간 ‘절름발이’로 지내야 할 수도 있다. ‘리틀 타이거’ 베트남이 호랑이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물음표는 여전히 유효하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韓-베트남 관광 언제 재개되나

베트남 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선 관광산업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 정부는 ‘세이프 헤이븐(안전한 천국)’이란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12일 기준으로 베트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두 달 가까이 확진자 수도 ‘제로’다.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시설 재개방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베트남 정부가 1차 목표로 세운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을 비롯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소속 국가들이다. 겨울 시즌인 올 4분기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게 베트남 정부의 계획이다.

방식은 간단하다. 대형 위락시설을 갖춘 기업을 지정해 철저한 검역 아래 해외 관광객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2주간 격리 의무가 없고, 골프장 등 리조트 내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한국에 잠재된 해외여행 수요가 베트남으로 몰릴 수 있다.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은 429만 명에 달한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이달 30일 ‘2020 Meet Korea’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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