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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기각 이어 '2연승' 이재용, '불기소 의견'까지 받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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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3층 소회의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로 넘길지를 결정할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부의심의위) 논의가 시작됐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10여명의 시민위원들은 검찰과 변호인단이 제출한 A4용지 총 120쪽 분량의 의견서를 읽은 후 심사를 벌였다.

논의가 시작된지 3시간여 만인 5시40분께 검찰은 부의심위에서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겨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기소 여부 등을 판단 받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에 놓인 이 부회장으로서는 불기소 처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구속영장 기각 이은 삼성 '2연승'

이 부회장이 지난 2일 꺼내든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승부수가 현재까지 순항 중이다. 지난 4일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한차례 위기가 있었다. 구속된 피의자가 불기소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지난 9일 구속을 피한데 이어, 이날 수사심의위의 전단계인 부의심의위마저 통과했다.

삼성 측은 전날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서 국민 참여로 기소 여부 등을 심사하자는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에 이번 사건이 가장 잘 들어맞는다”며 “이번 사건을 심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 제도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 측은 영장심사 당시 법원이 재판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 사건이 수사심의위로 가게 된다면,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피의자들이 지연 전략 등으로 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팽팽한 논리싸움을 벌였지만 시민들은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검찰도 부의심의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게임, 이제부터 시작

이 부회장 측이 영장 기각에 이어 2연승을 달리는 모양새이지만, 법조계에서 ‘본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이 요청한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게 된다. 각 혐의별 분리 의결도 가능하다. 가령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선 기소 의견, 외부감사법 위반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 등의 방식으로 결론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 8차례의 수사심의위가 열렸는데,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받아들여 왔다.

수사심의위는 구성과 운영방식 등에서 부의심의위와 차이가 많다. 부의심의위가 회사원, 자영업자 등 일반 시민들로 구성되는 반면 수사심의위는 법조계·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로 이뤄진다. 서면으로만 심사가 이뤄지는 부의심의위와 달리 수사심의위에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구두 의견 진술도 허용된다. 위원들은 궁금한 사안을 이들에게 직접 질의할 수도 있다. 보다 심층적인 심사가 가능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심의위는 이르면 2주, 늦으면 4주 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호인단의 경우 이 부회장의 범죄혐의가 없다는 점과 더불어, 그가 재판에 넘겨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호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는 범죄 구성 요건이 매우 모호해, 이 혐의를 적용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며 “이 부회장이 영장심사 때 ‘범죄혐의 없음’ 취지의 기각 사유를 받아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기소될 시 모든 증권거래와 합병 등이 처벌 우려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됐는데, 검찰이 범죄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란 얘기다.

검찰은 영장심사 과정에서 법원이 향후 재판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법원이 이미 기소 필요성을 인정한 사안이라고 해석하고 있어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기본적 사실관계와 범죄 혐의가 매우 복잡한 만큼 양측 모두 각종 비유와 사례 등을 통해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얼마나 잘 설득해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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