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이 미국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백인 경찰관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분노가 콜럼버스에 대한 재평가로 번지는 양상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9일 밤 리치몬드의 버드 공원에 세워진 콜럼버스 동상을 끌어내려 호수로 던져버렸다.
이날 시위대는 밧줄로 동상을 넘어뜨리고 불 붙인 성조기를 덮은 후 호수로 밀어넣어버렸다.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에게 목이 눌려 사망한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분노로 미 전역이 들끓으면서 제국주의 시대 상징임에도 우상시돼온 콜럼버스 동상을 철거해버린 것이다.
콜럼버스는 스페인 여왕의 후원을 받아 대서양을 횡단하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일각에선 흑인 노예를 미 대륙으로 강제 이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신대륙을 개척한 역사적 인물로 미화됐다는 논란이 나왔다.
같은 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수변 공원에서도 콜럼버스 동상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마티 월시 보스턴 시장은 "콜럼버스 동상의 머리 부분이 훼손된 것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LA), 미네소타 주 국회의사당에 위치한 콜럼버스 동상들도 잇따라 훼손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