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9일(현지시간) 6일 연속 상승세를 마감하고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나스닥은 장중 사상 최초로 1만선을 돌파하는 등 기술주 상승세 속에 0.29% 상승했습니다. 애플, 아마존은 이날 장중 각각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제공한 유동성 속에 시장의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 겁니다.
모두가 열광하면서 미 증시에서는 '닷컴 버블‘을 연상시키는 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파산한 렌터카업체 허츠, 파산설이 제기된 체사피크에너지 등이 연일 급등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출이 하나도 없는 수소트럭업체 니콜라의 주가도 기록적 수준으로 폭등했습니다.
한화그룹이 투자해 유명해진 이 회사는 8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테슬라의 영향인지 지난 4일 100%, 어제 104% 올랐고 오늘도 8.8% 상승해 이제 시가총액이 포드보다 더 커졌습니다. 아직 트럭을 한 대도 팔지 못한 기업인데도 말이죠.
상당수 기술적 지표도 과열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S&P 500 지수에 포함된 500개 주식은 지난 10주간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내린 주식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은 셰일업체 아파치로 293% 급등했고, 가장 적게 상승한 게 티파니로 0.53% 올랐습니다.
또 S&P 500 주식 중 50일 이동평균선을 넘은 주식이 96%가 넘고 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풋/콜옵션 비중도 0.37까지 떨어졌습니다. 시장 상승을 내다본 콜옵션 매수가 세 배 가까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최근 5년간 없었던 일입니다.
이처럼 뉴욕 증시는 Fed가 공급하는 유동성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Fed가 10일 오후 2시(한국 시간 11일 새벽 3시)에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합니다.
금리를 바꾸지 않을 것은 확실합니다. 지켜봐야할 건 다섯 가지입니다.
① 경기 전망 개선시키나
FOMC는 시장을 놀라게한 '5월 실업률'을 포함해 현재 미 경기에 대한 진단을 내놓을 것입니다. 만약 Fed가 경기 전망을 상당 폭 개선시킨다면 지난 2013년 발생했던 ‘테이퍼링 텐드럼’, 즉 유동성을 거두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기면서 시장에 충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2013년 당시 FOMC 위원이던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를 매우 잘 알기 때문에 현재의 경기 진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게 콘센서스입니다.
성명서에는 경제 재개 상황과 '고용에 개선이 있다'고 적되 코로나바이러스 2차 유행 가능성 등을 들어 여전히 경기 전망에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고 기술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즉 전체적 밸런스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방점을 찍는 것이죠.
② 무제한 양적완화(QE)에서 '무제한'을 뺄 가능성
무제한 QE, 즉 국채 매입과 관련한 움직임에 변화가 예상됩니다. 무제한이란 방법을 전통적 QE 방법인 ‘특정 기한에 걸쳐 얼마를 매입한다’는 식으로 바꿀 것이란 관측입니다. 지금도 사실 매주 '다음 주에 얼마 어치를 사들인다'고 고시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증시 급등 등으로 ‘무제한’이란 용어에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QE에 대한 표현을 약간 후퇴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③ 포워드 가이던스 명확하게 바꾸나
포워드 가이던스는 선제적 안내, 즉 중앙은행이 향후 정책 방향을 알려 시장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 수단입니다.
Fed는 지난 3월 "경제가 최근 이벤트를 이겨내고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길로 들어섰다고 자신할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식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시장에선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바꿀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2012년 "2013년 말까지 금리를 제로로 유지하겠다"는 식으로 구체적 시점, 경제적 수치를 제시하는 식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좀 더 명확하게 시장에 메시지를 줌으로써 Fed가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루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④ 수익률곡선 제어(YCC) 정책 언급
미 재무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2분기 3조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미 의회에서는 최소 1조달러 수준의 추가 부양책을 다음 달께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선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장기물 금리가 높아진다면 Fed의 통제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 YCC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일본은행 등이 시행한 것으로 일정 금리, 즉 10년물 1% 등을 정해놓고 시장금리가 이 이상 넘으면 무제한으로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안정시키는 정책입니다.
다만 아직 제대로 준비가 안됐고,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지적하듯 “들어가는 것은 쉽지만 빠져 나올 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정책인 만큼 오는 9월께로 미룰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⑤ 점도표(dot plot) 내놓을까
Fed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제시하는 게 점도표입니다. 위원들이 이번에 향후 제로금리에서 벗어나는 시점을 제시하거나, 혹은 마이너스 금리를 전망하는 이가 있다면 채권 금리가 요동칠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위원 대부분이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지금으로선 시장 예상을 넘는 과격한 전망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지난 3월 FOMC 때처럼 점도표를 제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당시 FOMC는 커다란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점도표를 내놓지 않았지요.
현재로선 경기 전망 등 주요 정책과 입장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게 월가의 전반적 관측입니다.
어쨌든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매우 높아졌고, 금리 변동에 대해 투자자들이 민감해진 시점에 FOMC가 열리는 만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파티를 망치진 않겠지만, 파티를 망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건 다들 알지 않는가"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