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키노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1816)에는 멋진 노래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피가로의 바리톤 아리아 ‘이 마을의 만능집사에게 길을 내주어라(Largo al factotum della citta)’가 압도적이다. 공연장에서도 이 노래만 나오면 객석 분위기가 뒤집어진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 친구는 이발사다. 그런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별의별 잡다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불러 도와달라고 한다. 새벽부터 일터로 향하는 피가로는 그 자부심으로 가득하고 그래서 늘 즐겁다. 피가로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문제 해결을 위한 꾀를 부리되 누군가를 파멸시킬 만한 음모가 아니라 납득할 만한 순리를 따르기 때문이요, 그 행위가 약간의 보답을 바라는 세속적 목적임을 솔직히 밝힌다는 점 때문이다. 정의로움과 위선이 헷갈리는 시대에 차라리 필요한 인간상 아닐까 싶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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