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서점가를 강타했다.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에서 올 상반기 온라인 매출이 처음으로 오프라인 영업점 매출을 앞질렀다.
교보문고가 8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도서 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올 1~5월 채널별 도서 판매 비율은 모바일(33.4%)과 웹(22.9%)을 합친 온라인이 56.3%로 오프라인 매장(43.7%)보다 높았다. 온라인 채널 판매가 오프라인 영업점을 추월한 것은 교보문고가 온라인 매출 집계를 시작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온라인 판매 권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23.3%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영업점 판매 권수는 7.4% 감소했다. 전체 판매 권수는 8.6% 늘어났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7년 43.1%, 2018년 46.1%, 2019년 49.5% 등으로 매년 확대돼 왔으나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 대신 모바일 또는 웹사이트를 통한 구매가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야별 판매에서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확인됐다.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등교개학이 연기되면서 유아·아동·초등학습 분야 도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수업과 가정 학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초등학습 분야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6.2% 늘었다. 과학 분야는 46% 증가했다. 아동 도서는 22.5%, 가정생활 관련 책도 16.2% 늘었다.
‘집콕 생활’에 따른 독자들의 취향 변화도 확인됐다. 이른바 ‘확찐자’가 증가하면서 체중 감량과 운동 관련 도서 판매가 늘어났다. 다이어트 분야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8.3% 확대됐다. 운동·트레이닝은 38.5%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안 상황도 반영됐다. 주식·증권과 재테크 분야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01.8%, 72.4% 폭증했다. 반면 여행(-54.1%)과 외국어(-10.1%) 분야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라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급감했다. 매년 두 자릿수 단위로 판매가 늘었던 취업·수험서 분야도 전년 동기보다 1.8% 줄었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고, 토익을 비롯한 각종 어학·자격증 시험도 줄줄이 연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장다은·한으뜸의 유명 유튜브 채널 ‘흔한 남매’를 바탕으로 출간된 어린이용 만화 《흔한남매》 시리즈였다. 아동 만화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건 1981년 교보문고 개점 후 처음이다. 《하버드 상위 1%의 비밀》과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 편》 《더 해빙》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등이 뒤를 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고전 소설 《데미안》이 종합 8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에 따라 외출이 줄면서 책과 새롭게 친해진 독자도 많아졌다. 교보문고 신규 회원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했다. ‘장기 미이용 회원’이 다시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을 찾는 비율은 9.9%였다. 성별에 따른 독자 비율은 여성이 61.9%, 남성은 38.1%였다. 연령대로는 40대가 33.9%로 가장 높았고 30대(25.1%), 20대(20.4%) 순이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외부 활동이 줄어든 게 오히려 고객들이 책과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언택트 소비 증가에 따라 향후 달라질 채널별, 분야별 판매 급변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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