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여성 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북의 한 60대 목사가 항소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5일 오전 A씨(64)의 강간·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 심리로 열렸다.
법정에 선 A씨는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인 측은 "성관계 당시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며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강압적인 물리력 행사가 없는 강간 사건을 처벌할 수 있는지 법리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1989년부터 2018년까지 교회와 별장, 자택 등지에서 여성 신도 9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범행 당시 A씨는 거부 의사를 표시한 신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는 거니 괜찮다", "이렇게 해야 천국 간다"면서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로부터 피해를 본 이들 중 한 명은 2009년 당시 15세였고 모녀가 추행을 당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신도는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A씨는 수사기관에 "성도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도덕성이 높아야 할 직업을 가진 피고인이 신앙심 깊은 신도들을 강간하거나 추행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들은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와 검사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7월10일 열린다.
한편 첫 재판에 앞서 익산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들이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목사의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교회 내 성폭력은 목사와 신도 간 힘의 불균형 때문에 은폐되기 쉽고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보호받지 못한다"며 "엄벌을 통해 종교계 성폭력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