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계권, 스폰서십, 인수합병(M&A) 등 스포츠 비즈니스가 큰 판도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장(전무·사진)은 “그간 한국 스포츠산업은 일종의 공익사업처럼 취급받으면서 비즈니스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코로나19로 스포츠산업의 지각 변동이 이뤄지는 요즘이야말로 한국 스포츠산업이 변화를 이룰 기회”라고 말했다.
정 그룹장은 올 3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국내 4대 회계법인 가운데 최초로 설립한 스포츠 비즈니스 전담 자문 조직을 이끌고 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 프로스포츠, e스포츠 등 영역 제한을 두지 않고 중계권, 스폰서십, 가치평가, 컨설팅을 비롯해 스포츠산업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업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 그룹장은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스포츠산업의 핵심 조류로 ‘디지털화’와 ‘구조조정’을 꼽았다.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투서클스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전 세계에서 열릴 예정이던 스포츠 행사 중 47%가 취소됐다. 이로 인한 손실액은 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스포츠산업의 지각변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 그룹장은 “경기가 줄줄이 중단됐지만 스포츠 소비자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스포츠 소비 트렌드가 ‘하는 스포츠’에서 ‘보는 스포츠’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 경기를 TV가 아니라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됐다”며 “코로나19가 산업의 재무적 위기와 지각변동 두 가지 변화를 한꺼번에 촉발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국내 스포츠산업의 발전 방향으로 중계권, 스폰서십 등 전통적인 수익 모델을 비롯해 e스포츠 등 새로운 수익 모델까지 디지털화에 맞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정 그룹장은 “이달 초 무관중으로 개막한 K리그는 320만 명의 SNS 관중을 모았고, 미국 NBA(미국프로농구)팀의 절반가량은 e스포츠팀을 인수한 뒤 연예기획사처럼 스트리밍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사회 공헌 목적으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다 보니 구단의 독자 성장 전략이 없었다”며 “철저히 사업성을 중심으로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미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선 사모펀드(PEF) 및 연기금 등으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거나 유·무형 자산을 유동화해 구단, 리그의 신성장 동력에 투자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스포츠 콘텐츠 개발, 경기장 인근 지역 산업과의 연계 등 다양한 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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