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이 큰 폭으로 증가해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4일 아침 조간신문들은 전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가장 크게 주목받은 것은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였다. 추경 규모가 35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라는 점, 1972년 이후 48년 만에 1년에 세 차례 추경예산안이 편성됐다는 점 등도 관심사였지만 재정건전성 우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비판은 같았지만 숫자는 달랐다.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이번 3차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1년 만에 111조4000억원 늘어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사는 국가채무가 99조4000억원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재부가 추경예산안 보도자료에서 작년 말 국가채무 규모를 2018년 하반기 ‘2019년 본예산’을 짜면서 추정한 전망치(740조8000억원)를 사용한 것이 빌미였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세 차례 추경을 거친 뒤 증가하는 국가채무는 99조4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기재부는 올 연말 국가채무가 84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재부가 지난 4월 말 2019년 결산 자료에서 이미 작년 말 국가채무가 728조8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국가채무 증가액은 111조4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미 결산이 완료된 2019년 국가채무 수치가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1년도 더 지난 2019년 본예산 편성 때의 추정치를 사용한 것은 올해 국가채무 증가 폭을 100조원 미만으로 맞추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 정부가 가계소득동향 등 잇따른 통계 ‘마사지’ 의혹으로 비판받았던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는 예산안을 발표할 때 예산안끼리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 8월 추경예산안을 발표할 때는 2018년 본예산이 아니라 2018년 결산자료와 수치를 비교했다. 2018년 5월 추경 때도 비교 대상은 역시 2017년 결산이었다. 기재부 설명대로 예산안끼리 비교하는 게 맞다고 하더라도 작년 추경예산안에서 수정한 2019년 국가채무 전망치(731조5000억원)를 왜 활용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올해 3차 추경 후 국가채무 증가액을 알아보려면 지난해도 추경을 포함한 예산안과 비교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더 맞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2019년 결산에서 언급된 숫자가 아직 감사원의 결산 검사가 끝나지 않아 ‘잠정치’이기 때문에 변경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 사례로 볼 때 감사원 결산 검사가 끝나도 국가채무 확정치는 정부가 발표한 수치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또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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