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무회의를 거친 ‘3차 추가경정예산 정부안’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규모부터 35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한 해에 추경을 세 차례나 편성하는 것도 1972년 이후 거의 반세기 만이다. 적자 국채를 23조8000억원이나 발행해 올해 재정적자가 112조원에 달한다는 대목에서는 후폭풍이 두렵기까지 하다.
‘코로나 쇼크’ 전에 짜인 512조원 규모의 올해 본예산만 해도 지난해보다 9% 이상 급증한 것이어서 ‘초(超)슈퍼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기존 예산은 ‘찔끔’ 조정한 채 상반기에 벌써 세 차례에 걸쳐 59조2000억원의 지출 예산안을 추가로 짰다. 코로나 위기 극복에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해도 과도한 팽창이다. 어제 한국경제학회 등 3개 경제학회 공동 토론회에서 나온 지적도 그런 우려였다. 국가부채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서는 것을 두고도 그간 무수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대로 가면 2028년에는 최대 80%에 달하게 된다는 어두운 예측이다. 매년 커지는 재정적자와 이로 인해 가파르게 치솟는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쓴소리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만의 우려가 아닐 것이다.
재정 확장이 사상 최대인 데 반해 세수(稅收) 부족은 심각해 ‘최악의 조합’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6~2018년도에 매년 예산안 대비 20조~25조원에 달했던 초과 세수가 지난해부터 펑크 나기 시작해 올해는 부족분이 18조원 이상 된다는 분석이 나와있다. 세수 부족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거대 여당이 장악한 21대 국회의 행태를 보면 3차 추경안에 대한 꼼꼼한 심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여권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론’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도 경고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라도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에게 20만원씩 주자’고 불을 붙였고, 여당 김두관 의원이 동조하고 나섰다. 도지사와 장관까지 지낸 김 의원은 ‘3차 지급’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수없이 반복된 ‘미래세대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나라살림을 한두 해만 살고 거덜내도 좋다는 것인가.
역성장과 함께 힘겹게 도달한 ‘국민소득 3만달러’가 3년 만인 올해 끝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5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D(디플레이션)의 공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불황의 장기화가 예고된 것이다. 국민을 ‘공짜 돈’이라는 마약에 중독시키려는 ‘나쁜 정치’가 더욱 기승이다. 보수정당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재정건전성을 문제 삼아야 할 미래통합당까지 준비도 안 된 기본소득제를 들고나오려는 판이니 더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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